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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정착 가로막는 변호사 시험 문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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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부구욱
영산대 총장·대교협 로스쿨대책위원장

로스쿨 제도가 시행된 지 이제 3년째 접어든다. 그럼에도 아직 제도 정착에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 통과된 변호사시험법에 따르면 향후 변호사시험은 사법연수원에서 해 온 기록식 출제 외에 종전 1·2차 사법시험처럼 객관식·주관식 출제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일선 로스쿨에서 재학생들에게 소위 ‘신림동 고시촌 강의’를 듣도록 권유하는 등 사교육 부활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법무부가 시험 합격률을 50%에서 75%로 변경키로 했지만 여전히 변호사단체와 로스쿨 모두가 반발하는 것도 불씨로 남아 있다.

 우선 합격률 문제는 변호사업계의 내부 사정보다는 로스쿨 제도의 성공적 정착이란 관점에서 정해야 한다. 만약 적정 수준보다 낮은 합격률이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 로스쿨도 앞서 실패한 일본의 전철을 따를 우려가 크다. 로스쿨들은 1차적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 올리기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설립 시 계획한 특성화 교육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 배출된 변호사들은 교육받은 내용이 종전 사법시험 때와 다를 바 없으니 주로 일반 송무 시장으로 몰리게 된다. 즉 변호사업계가 우려하는 송무 변호사 과잉 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이 종전처럼 판검사나 로펌 등 변호사 사무실로 몰리는 건 곤란하다. 각 로스쿨이 표방한 특성화 방향에 따라 학부 과정에서 배운 전공을 살려 다양한 산업체나 정부기관·단체 등으로 진출해야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로스쿨들이 학부 과정에서 법학 외의 다른 전공을 한 사람을 우대하고 특성화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다. 로스쿨들이 특성화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격률을 높여 변호사시험 탈락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이들이 일반 송무 시장이 아니라 스스로 표방한 특성화 분야로 졸업생들을 진출시키도록 엄정한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

 특성화 교육이 중심이 되는 이상 법률지식도 변호사 실무가 가능한, 최소한으로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 부족한 법률지식은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변호사들이 매년 받게 되는 변호사 교육과 본인의 노력으로 보충해 나가면 된다. 만약 변호사 시험에서 종전 사법시험에서와 같은 수준의 법률지식을 요구한다면 이 또한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종전 사법연수원 졸업까지의 교육 수준을 로스쿨 3년의 기간 동안 달성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변호사시험에서 기록식 외에 종전 사법시험처럼 객관식·주관식 시험까지 치르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이 특별대우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일반 회사원이나 공무원 등과 함께 직접 현장에서 그들과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 다만 법률 전문가로서 지속적으로 실력을 연마해 역량의 우위를 인정받는 것은 개개인에게 주어진 몫이 될 것이다. 이렇게 바닥에서부터 성장한 변호사들이 소속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법률적 무지에 따른 손해를 막고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만드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때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한층 제고될 것이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대교협 로스쿨대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