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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민족갈등 패싸움 … 30명 다치고 1000여 명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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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슬라브계 민족주의자들과 소수민족 청년들이 충돌했다. 러시아 경찰이 패싸움에 가담한 사람을 연행하고 있다. 당국은 이날 1000명 이상을 체포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시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5일(현지시간) 슬라브계 민족주의자들과 남부 캅카스 출신 등 소수민족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1000명 이상이 당국에 체포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충돌로 약 30명이 다치고 5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패싸움 가담자들 중에는 총과 칼, 쇠몽둥이, 전기충격기 등을 든 사람도 있었다.

 지난 6일 러시아 프로축구팀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팬 예고르 스비리도프가 모스크바 시내에서 캅카스 출신 청년들과 싸우다가 숨진 사건이 충돌의 도화선이 됐다. 스비리도프는 머리와 등에 캅카스 청년이 쏜 고무탄을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6명의 용의자를 체포했으나 5명을 곧바로 석방했다. 그러자 축구팬들과 민족주의자들이 수사에 불만을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15일 캅카스인이 많이 사는 키예프 역 등 시내 곳곳에 민족주의자들과 소수민족 청년들이 모여들며 긴장이 고조되자 러시아 당국은 3000명 이상의 경찰과 대테러부대 요원, 장갑차 등을 배치하고 경계에 들어갔다. 슬라브계는 “러시아인을 위한 러시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마주친 소수민족 청년들을 공격했다. 칼·몽둥이 등을 든 캅카스 지역 청년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패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난동을 부린 사람들을 현장에서 연행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이들로부터 칼 200자루와 호신용 총 여러 정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60여 명의 민족주의 시위대가 체포됐으며 이외 다른 여러 도시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와 충돌이 벌어졌다.

 러시아엔 전체 인구의 약 80%를 차지하는 슬라브계 러시아인 외에 180여 소수민족들이 함께 살고 있다. 청년층이 중심이 된 슬라브 민족주의자들은 최근 들어 ‘러시아인만을 위한 러시아 건설’을 내세우며 폭력시위를 벌이거나 소수민족에 테러를 가해왔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가 소수 인종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인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체첸 자치공화국 등 캅카스 지역 무장 반군들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모스크바 등지에서 대규모 테러를 벌인 뒤엔 캅카스인들에 대한 보복 테러가 이어지면서 민족 간 갈등이 커져왔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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