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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리스크 … 금융시장 다시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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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스페인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채권시장에 이어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스페인의 과중한 빚 부담을 우려하고 나서면서다. 미국 경기회복 조짐, 중국의 긴축 우려 완화에 동반 상승세를 타던 세계 증시도 유럽발 악재에 ‘잠시 대기’ 상태로 들어갔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5일(현지시간) 스페인 국가 신용등급의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석 달 전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은행도 내년에 차환 물량이 많아 자금조달에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에 스페인 정부와 금융권이 채권 만기 등으로 새로 조달해야 할 자금은 3000억 유로(약 458조원)에 육박한다는 추산이다. 지금처럼 시장의 불신이 지속된다면 스페인이 이를 메워 나가기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무디스는 스페인이 그리스나 아일랜드처럼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갈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무디스의 보고서가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스페인 저축은행연합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다. 카하(Caja)로 불리는 현지 저축은행들은 스페인 위기의 진앙지로 꼽힌다. 부동산 프로젝트 등에 과도한 대출을 했다가 2008년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탓이다.

 불안감이 가시지 않으면서 스페인 국채 금리의 오름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스페인이 14일 발행한 25억 유로 규모의 단기국채 금리는 한 달 전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게 매겨졌다. ‘투자자들의 불안→채권금리 상승→자금 조달비용 증가→상환능력에 대한 불신’식으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포르투갈 국채를 사들이며 ‘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스페인까지는 손을 못 대고 있다. 워낙 덩치가 커서 현재 ECB의 실탄 규모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도 이런 불신의 고리를 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달 초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빚을 갚기 위해 복권·공항 운영사의 지분도 팔았다.

 하지만 스페인의 힘만으로는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시선은 16~17일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로 쏠리고 있다.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위기 타개를 위해 유럽 재정안정기금(EFSF)의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FSF는 현재 4400억 유로 규모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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