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초기대응 구멍 ‘2차 감염’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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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안동 인근의 시·군은 물론이고 수도권 경기도 양주·연천까지 구제역이 상륙해 새로 전파되는 2차 감염이 시작된 것이다. 발생지역 500m 안에 있는 가축을 폐사(살처분)시키고, 3㎞(위험)·10㎞(경계)·20㎞(관리)까지 3중 방어막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북 지역에 이어 경기도 양주시와 연천군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15일 방역 차량이 경기도 양주시 남면 구제역 발생 지역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양주=연합뉴스]

 ◆구멍 뚫린 방역=구제역이 확산되고 있으나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대부분 외국에서 유입되는 점을 고려할 때 공항·항만에서 원천 차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1, 4월 두 차례 구제역을 겪은 뒤 법 개정을 약속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늑장으로 초동 대응에 실패한 것도 구제역이 번진 이유 중 하나다. 구제역 초기엔 간이검사를 통해 확인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은 여러 차례 경험한 바다. 이 때문에 농림수산식품부는 항원검사 장비를 지방자치단체에 보내고, 의심증상 신고가 들어오면 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하지만 장비 보급은 없던 일이 됐고, 전량 정밀검사 의뢰는 현장에서 무시됐다. 경북 안동의 경우 지난달 23일 첫 신고 이후 29일 감염이 공식 확인되기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 사람과 차량이 전국으로 바이러스를 실어나른 것으로 보인다.

 사후 방역망도 느슨하다. 외부 사람이 구제역 경계지역 안쪽에 있는 농기계 수리점에 들렀다가 바이러스를 다른 시·군으로 옮겼다. 봉화 구제역 발생농장의 소는 확진 직전 외부로 팔려나가기도 했다.

 ◆의심신고 잇따라 비상=경기도 양주시·연천군은 구제역 발생 농장 주변에 방역대를 설치하고 가축 이동을 통제했다. 두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2412마리를 매몰했다. 이어 두 농장으로부터 반경 500m(발생지역) 안에 있는 농장 23곳의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 1만8390마리를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이들 농장과 인접한 지역의 농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연천군 백학면 노곡2리 구제역 발생 농장과 1㎞ 떨어진 곳에서 젖소 를 키우는 공혁기(65)씨는 “다행히 구제역 발생농장 500m 바깥 지역이어서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구제역이 번지지 않도록 분무소독기를 이용해 마을 공동으로 소독하고 젖소가 이상 증상을 보이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최현철 기자
양주·연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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