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그라스 보다 라퐁텐 인기 높아

중앙일보

입력

13일 개막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시회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독일작가 귄터 그라스 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이곳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사람은 이 전시회 개막과 때를 같이하여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란 제목의 책을 펴낸 오스카 라퐁텐 전 독일 사민당 당수.

오늘날의 독일정치 정세를 신랄히 비판한 라퐁텐 전 재무장관의 이 책이 2차대전 이후의 클래식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는 그라스의 '양철북'을 누른것.

독일정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라퐁텐의 이 센세이셔널한 책이 서점에 나온 지 하룻만에 독일의 여러 주요도시에서 동이 났고, 특히 베를린 시내 책방들에서는 한 시간당 200부씩 팔려나가기도 했다.

생애 최고의 영광의 순간을 맞고 있는 그라스는 이로써 세계최대규모의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시회에서 뿐만아니라 독일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조차 라퐁텐의 책으로 인해 빛을 잃게될 위험에 직면.

라퐁텐은 자신의 책 판촉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그와 오랫동안 정치적 라이벌 관계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저항없이 '현대화'과정을 추구해나갈 수 있도록 하기위해 그가 각료직과 사민당 당수직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사민당 정부가 코소보 전쟁을 지지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피해를 안겨줄 예산삭감을 단행한데다 미국식 자본주의와 유럽 사회주의 양자 사이의 이른바 제3의 길을 추구함으로써 자기 뿌리를 배반했다는 깊은 확신에서 침묵을 깨뜨리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퐁텐의 책이 촉발한 정치적 싸움은 수많은 독일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들은 헬무트 콜 전 총리에 의해 16년간 지속되어온 독일의 가라앉은 정치적 분위기하에서는 드문 이같은 원색적 적대관계의 노출에 매혹과 욕지기를 동시에 느끼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또한 라퐁텐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비판자들중 한 사람이 바로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 좌파인사인 귄터 그라스.

그라스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라퐁텐과의 절교를 선언하면서 라퐁텐에게 '그만 떠벌리고 포도주나 마셔라'고 권고.

[프랑크푸르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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