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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의 서울 트위터] 강아지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을 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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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겨울이라 그런지 유난히 커진 목소리가 있습니다. 버려진 강아지 걱정입니다. 트위터에서 ‘유기견 문제를 다뤄달라’는 쪽지를 몇 통 받았지요.

 문득 어릴 적 키웠던 강아지가 스쳤죠. 활달했던 녀석은 비릿한 냄새가 좀 심했습니다. 자주 씻기면 안 좋다는 말에 고민을 했죠. 순진한 마음에 ‘탈취제’를 뿌렸습니다. 뽀송뽀송하더군요.

 며칠 후, 강아지는 피부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실직고하자 너무나 ‘인간적인(?)’ 발상에 놀란 우리 엄마,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말씀하셨죠.

 “강아지 키울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몰라서 그랬다는 눈물도 소용없이 녀석은 외삼촌댁으로 보내졌습니다. “강아지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을 때 키우라”는 엄명. 그땐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을 때마다 ‘자격’을 고민했던 걸 보면 깨달음이 있었나 봅니다. 아무리 사소해도 강아지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다면, 나중에는 ‘버리는 죄’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을 테니까요.

 ‘강아지를 키울 자격’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유기견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반려동물 등록제를 강력히 시행해야 한다’ ‘이미 버려졌다면 구청에서라도 유기견 분양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왔죠.

 아예 ‘자격증’을 만들자는 말도 나옵니다. 한 생명을 돌보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도 ‘자격’이 필요하다는 거죠. 한 해 버려지는 동물이 20만 마리. 서울에서만 1만5000마리가 넘고, 보호소에 맡겨진 강아지의 70%가 안락사되고 있으니 어쩌면 정말 ‘자격증’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내년에 처리되면 2013년부터는 반려동물을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지만,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는 키우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기댈 수밖에 없겠죠.

 동물원에서 탈출한 말레이곰 ‘꼬마’의 소식이 연일 화제입니다. 이 혹한에 굶주리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강아지를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키우다가 뒤치다꺼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내다버린 사람들, 설마 스스로 뛰쳐나간(?) ‘꼬마’만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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