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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상금 소설 당선된 ‘법관 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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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재판과 소설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재판은 숱한 거짓들 속에서 진실을 찾아야 하고 소설은 픽션을 통해 진실을 말해야 하는 작업이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정재민(34·사진) 판사의 ‘재판과 소설론’이다. 이유는 이렇다. “둘 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 판사가 쓴 『소설 이사부』는 포항국제동해문학제 조직위(위원장 장윤익)가 올해 처음 시행한 ‘2010 포항국제동해문학상’ 당선작에 14일 선정됐다. 상금은 1억원. 정 판사는 하진환이라는 필명으로 이미 『사법연수생의 자장면 비비는 법』 (2004), 『독도 인 더 헤이그』 (2009) 등의 책을 냈다.

 『소설 이사부』는 우산국(울릉도) 정벌과 신라 권력 핵심층의 정치적 이야기를 이사부 장군을 통해 그려낸 것으로 정치적인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항제철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정 판사는 집필 동기에 대해 올 초 우연히 TV에서 역사스페셜을 보며 이사부를 주목했다고 한다. 이후 이사부를 소설로 만들겠다며 각종 문헌을 조사하고 소설적인 상상력을 키웠다.

 소설에서 이사부는 신라 미실의 시아버지. 정 판사는 이사부가 이차돈의 아버지 또는 삼촌일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고구려에 조공을 바치던 신라가 고구려 땅인 함경도까지 정벌할 정도로 세력을 확장한 진흥왕 시절. 진흥왕을 섭정한 인물이 왕의 어머니 지소태후며, 이사부는 태후의 애인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배경으로 가야와 우산국도 정벌한 것으로 전개된다.

 정 판사는 “재판을 하면서 3개월간 마치 이사부의 영혼이 내린 느낌으로 운명처럼 작품을 썼다”며 “법관이 소설을 쓰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앞으로도 사회 현장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서 작품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소설가는 현실을 깊이 천착해야 하고 법관은 문학 작품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소설 이사부는 독도와 동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 지역의 중요성과 한국해로서 인식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이 상의 제정 목적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포항=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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