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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문제] 아산 배방읍 발전의 장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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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육교가 그동안 우리 마을을 분단시킨 거여. 이제 장항선 철로도 옮겨 갔으니 응당 철거돼야지.”

 아산 배방읍 공수8리 맹주철(55)이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 건널목 사고를 막기 위해 국도 21호에 만든 육교인데 2008년 장항선이 직선화되면서 철도가 사라졌으니 없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모산육교는 장항선 이설 계획이 수립된 10여 년부터 철거가 논의됐다. 많은 예산이 소요돼 차일피일 미뤄지던 사업이다. 그런데 국도 21호 천안-아산 구간 왕복 8차로 확장·개통이 임박하면서 철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984년 설치된 길이 80m의 모산육교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년 전 장항선이 옮겨져 필요성이 사라진데다 국도 21호마저 내년이면 확장 이전돼, 조속히 철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0~50억원 공사비 마련이 관건이다. [조영회 기자]

 확장 구간이 내년 말 개통되면 모산육교가 있는 현재의 천안-아산 국도 구간은 지방도로 ‘격하’돼 관리감독권이 국토관리청에서 아산시로 넘겨진다. 주민들과 아산시가 강도 높게 모산육교의 조속한 철거를 주장하는 이유다. 아산시로 이관되면 모산육교 철거는 아산시 몫이 된다. 그런데 아산시가 수십억원 예산이 드는 이 철거 공사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국토관리청이 국도에 지은 육교이니, 직접 철거한 후 지방도로 넘겨야 마땅하다는 게 주민과 아산시 주장이다.

 모산육교는 참혹한 사고에서 비롯됐다. 1970년 모산 철도건널목에서 중학교 수학여행단을 태운 관광버스가 장항선 열차와 충돌해 46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변이 일어났다. 이에 모산육교는 2년 공사기간을 거쳐 84년 3월 길이 77.1m, 폭 10.7m로 건설됐다. 이 육교는 95년 국도 21호선이 4차로로 확·포장하면서 길이 80m, 폭 20m로 넓혀졌다.

 육교가 생기면서 주민들 불편은 시작됐다. 공수6리, 공수8리, 북수3리, 북수5리 등 네 개 마을이 모산육교를 사이에 두고 둘로 갈라졌다. 건물 3, 4층 높이의 육교를 사이에 두고 승용차 교차도 안 되는 육교 밑 좁은 통로로 연결된다.

최승주 배방읍장은 “모산육교는 배방읍 발전을 위해 철거되고 평면교차로로 바뀌어야 한다. 읍 한쪽을 단절시키는 장애물은 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착공한 육교와 국도확장 노선 사이의 공수리 도시개발사업지구(택지)는 육교가 있는 한 배방읍과 격리된다.

 

◆국토관리청 입장=육교를 철거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국토관리청은 내년 말 국도 21호 확장 전에 철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많은 공사비 확보가 문제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도로계획과 이호준 계장은 “모산 육교를 철거하려면 40~50억원이 필요할 것 같다”며 “정확한 공사비를 뽑기 위해 국도 확장 공사 시공사인 벽산건설에 철거 비용 산출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예산 확보를 위해선 국토관리청 본청이 철거 필요성을 받아들여 공사비 예산 수립을 하고, 기획재정부에선 이 예산을 승인해줘야 한다.

 ◆주민·아산시 입장=강평섭(64) 배방읍 이장단협의회장은 “이장단 회의 때마다 모산육교 철거가 논의된다”며 “장항선 이설이 계획될 때부터 철거가 거론됐는데 국도를 관리하는 국토관리청에서 늑장을 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산육교는 눈이 올 때마다 사고를 부르는 곳이다. 도로가 오르막인데다 크게 휘어져 있다. 육교 밑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양인옥(50)씨는 “지난 겨울 차를 몰고 육교 밑에서 국도로 진입하다 눈길에 미끄러져 뒷차와 충돌했다”고 말했다.

 배방읍 주민들은 지난달 아산시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모산육교 철거 건의서를 제출했다. 아산시 김희원 도로1팀장은 “주민들 민원 접수 후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조속한 철거를 위한 업무 협의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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