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중국에서 … 겨울한파 녹인 온정 2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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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8일 경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조재형(53)씨가 지난 7월 숨진 어머니 고 유순희(사진)씨의 유산 30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고인의 자녀는 재형씨 이외에 현애(56·여)·현욱(55·여)·재경(52·여)씨 등 4남매로 경북 상주가 고향이다.

 12일 경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들 4남매는 어머니가 남긴 현금 유산의 전부인 3000만원을 은행계좌로 송금했다. 경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유산을 기부한 가족은 이들이 처음이다.

 특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로 기부 분위기가 가라앉는 시점에서 이들 남매의 선행은 의미를 더했다. 유씨는 갑자기 찾아온 혈액암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상속인인 4남매는 유산 처리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중 고인이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도 평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 유산을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고인이 31세에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4남매를 어렵게 키운 점을 고려해 고인의 묘소가 있는 상주시 낙동면의 결손가정을 돕기로 했다. 4남매는 고인의 정성으로 사업과 학계·의약계에서 활동 중이다. 조재형씨는 “어머니의 뜻을 살리고 못다한 효도를 조금이라도 대신하고 싶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경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남긴 재산의 전부나 일부를 기탁해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뜻에서 ‘행복한 유산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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