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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매일 먹는 견과류 한움큼, 달라지는 당신의 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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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는 대중의 평가가 극적으로 반전된 식품군(群)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견과류는 건강에 해가 되는 식품으로 인식됐었다.

 식물성 식품이지만 채소·과일과는 달리 열량이 높고 지방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견과류가 웰빙 식품으로 급부상한 것은 견과류의 지방 대부분이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란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부터다. 미국에선 “호두(견과류의 일종)와 연어 중 어떤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한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영양학회도 견과류의 지위를 격상시켰다. 2005년엔 가급적 적게 섭취해야 할 유지류에서, 2010년엔 식물성 단백질 공급식품으로 재분류했다. 콩 대신 견과류를 먹어도 괜찮다며, 콩과 동격으로 인정한 셈이다.

 견과류는 밤·호두·잣·은행·땅콩 등 겉이 딱딱한 식물을 가리킨다. 정월 대보름날 먹는 부럼이다. 밤·잣·은행 등이 우리 국민에게 친숙한 견과류라면 아몬드·피스타치오·피칸·마카다미아·브라질넛·헤이즐넛·캐슈넛 등은 ‘해외파’ 견과류다.

 11월 26일 기자는 한국영양학회 가을학회에 참석한 견과류 전문가 시릴 켄달(캐나다 토론토의대) 박사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직접 수행한 연구 결과를 전하며 견과류를 하루 1줌(약 28g)가량 섭취하라고 권장했다. 켄달 박사 팀은 건강한 사람을 아몬드 하루 37g 섭취 그룹(1그룹), 아몬드 하루 73g 섭취 그룹(2그룹), 아몬드 비섭취 그룹(3그룹) 등 세 그룹으로 나누고 4주 뒤 이들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비교한 결과를 미국의학협회지(JAMA) 2003년 7월 23일자에 발표했다. 여기서 2그룹의 경우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3그룹에 비해 5~6% 낮았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약 3% 높았다. 1그룹의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효과는 2그룹의 절반 정도였다.

 켄달 박사는 연구가 종료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학술지에 미발표된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2형(성인형) 당뇨병 환자에게 피스타치오·호두·마카다미아·헤이즐넛·캐슈넛·땅콩 등 견과류를 3개월간 제공했다. 이들의 평균 당화혈색소(혈당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7.1에서 6.9로 개선되는 등 견과류가 혈당 조절을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LDL콜레스테롤 수치도 3~4% 떨어졌다.

 견과류의 불포화지방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주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식물성 단백질·식이섬유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덧붙여 마그네슘·칼륨 등 미네랄,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 E·플라보노이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강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견과류를 섭취할 때 다음 세 가지 주의가 요망된다.

 첫째,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의 비율이 높은 견과류도 있다. 마카다미아·브라질넛은 포화지방 함량이 높다 .

 둘째, 고열량 식품이다. 견과류 중 은행·밤은 고지방 식품이 아니라 고탄수화물 식품이어서 열량이 낮다. 이 둘을 제외한 견과류를 양껏 먹다가는 다이어트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셋째,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견과류 알레르기는 어릴 때는 물론 성인이 돼서도 생길 수 있고 발생하면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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