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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태생 노벨상 수상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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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호 29면

노벨상은 우리 시대에 최고 권위의 상이다. 수상자 개인은 물론 국가의 영예다. 하지만 중국, 정확히 말하면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벨상과 인연이 별로 없다.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중화권 인사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7명이다. 첫 수상자는 1957년 나왔다. 한꺼번에 두 사람이 받았다.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리정다오(李政道·84)와 양전닝(楊振寧·88)이다.
리는 컬럼비아대 교수, 양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연구원으로 미국에서 함께 연구했다. 둘은 대륙 출신인데 리는 상하이, 양은 안후이성 허페이가 고향이다. 수상 당시엔 중화민국(대만) 국적이었으나 나중에 미국 국적으로 바꿨다. 양은 99년 미국에서 은퇴한 뒤 베이징의 칭화대학 고등연구센터에서 일하며 중국에 봉사했다.

친(親)대만 인사로는 86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리위안저(李遠哲·74)가 있다. 대만 출신인 그는 미국 버클리대 교수로 일하다 노벨상을 받았다. 74년 미국으로 귀화했으나 2000년에 대만 국적을 회복했다. 2000년 대만 총통선거 때 천수이볜(陳水扁)을 지지해 박빙의 차이로 당선하는 데 기여했다. 그 대가로 총리에 해당하는 행정원장 자리를 제안 받았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9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추이치(崔琦·71)는 본토인 허난(河南)성 사람으로 홍콩으로 이주한 난
민 출신이다. 홍콩에서 중등학교를 마치고 대만 국립대에서 공부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났다. 미국 국적을 얻어 프린스턴대 교수로 일하다 노벨상을 받았다.

중화권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인물이 가오싱젠(高行健·70)이다. 장시(江西)성 간저우(<8D1B>州) 출신으로 베이징대에서 불문학을 공부했으나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문화혁명 때 고초를 겪었다. 그 뒤 반체제 인사로 지목돼 87년 프랑스로 망명해 10년 뒤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중국 정부는 노벨 문학상이 그에게 돌아간 것을 비난했다. 가오는 중화인민공화국 국적을 한때 가졌던, 그리고 신중국 건설 뒤 그 체제에서 살았던 사람 가운데 첫 노벨상 수상자다.

재미난 사람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가오쿤(高<9315>·77)이다. 상하이 출신인데 미국과 영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홍콩 영주권도 있다. 상하이에서 자라다 본토가 공산화되기 직전인 48년 홍콩으로 이주했다. 52년 영국으로 옮겨 고등교육을 받고 70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홍콩 중문대 학장을 지냈으며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올해 노벨 평화상은 옥중에 갇혀 있는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55)에게 돌아갔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의 반발로 풍파가 일고 있다. 수상자가 참석하지 못해 ‘빈 의자’가 놓인 10일, 중국 당국은 “죄인인 류가 수상자로 결정된 것은 냉전시대 사고의 산물이며 노벨위원회가 정치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류는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으로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된 첫 인물이다. 중화권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력이 말해주는 중국의 생생한 현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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