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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탈락 막았다 … 타 시·군 유입 줄고 신설·전문고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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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늘고, 학교 쏠림 줄었다

학생들을 수용하지 못해 대규모 탈락 사태를 빚어 온 천안지역 고입문제가 올해는 크게 해소됐다. 타 시·군 유입 학생은 줄었고, 시내권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졌던 신설학교와 전문계고의 이미지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6일 마감된 2011학년도 천안지역 13개 일반계고 후기2차 전형 입학원서 접수 결과 5550명 모집에 5532명이 접수해 전체적으로 18명의 학생이 미달됐다.

일부 학교는 정원을 넘기면서 36명의 학생이 탈락했다. 하지만 추가 모집을 거치면 대부분은 지역 고교에 진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1학년도 천안지역 고교원서접수가 끝났다. 올해는 탈락인원이 크게 줄었지만 고입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조영회 기자]

지난해는 제일고 대신 천일고가 포함되는 등 일부 학교 모집전형에 변동이 있었지만 13개 일반계고에서 183명의 학생이 대규모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은 지역을 벗어나 타 지역 학교로 진학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규모 탈락을 막을 수 있었던 원인은 중학교 졸업예정인원에 맞춰 고교 입학 정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충남도교육청과 천안교육지원청은 지난달 초 졸업예정자에 비해 고교 입학정원이 91명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각 학교마다 정원을 늘려 모두 90명을 증원했다.

예측이 어려웠던 타 시·군에서의 유입 학생 수도 급감해 안정적으로 원서접수가 이뤄진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외부 유입 학생 수는 전기·후기1차 전형에서 60명, 후기2차 전형에서 41명 등 지난해 보다 101명이 감소했다. 천안교육지원청은 각 시·도 마다 펼치고 있는 ‘내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이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설학교와 전문계고의 이미지가 개선된 점도 학교 쏠림 현상을 막아 탈락자를 줄인 원인이 됐다. 신설학교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외면 속에 최악의 미달사태를 가져온 업성고는 지난해 138명에서 올해는 16명으로 미달인원이 급감했다.

학교 홍보로 이미지 개선 도움

오성고의 경우 지난해 4명이 탈락했지만 올해는 15명이 탈락하는 등 학생들이 몰렸다. 수치적으로 나타난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내신성적 분포도도 함께 높아졌다. 오성고와 업성고는 교육청 차원의 지원과 학생들의 소신 지원도 역할을 했지만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본지 10월 5일자 l6·7면, 11월 2일자 l6·7면> 이미지를 개선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성고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고득점자 수가 2배 이상 크게 늘어 보며 학교의 인기를 실감했다”면서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학교를 제대로 알려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정적 시각을 변화시킨 점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후기2차에 앞서 진행된 전기·후기1차 전형에서는 대규모 탈락과 미달이 엇갈리면서 인기·비인기 고교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

 전기전형인 특성화고(제일·병천·성환)를 비롯해 천안공고(1명 미달), 천안여상, 천일고는 2262명 모집에 2604명이 원서를 내 342명이 탈락했다. 등록금 지원 등 정부 지원정책과 맞물려 근거리에 일반계고 보다 취업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후기1차 일반계고(병천·성환)와 목천고는 585명 모집에 503명이 접수, 102명(병천고 24명·목천고 78명)이 미달 됐다.

 

“평준화가 고입문제의 근본 해결책”

탈락인원은 줄었지만 천안처럼 비평준화 지역에서의 고교공동입시창구 운영은 평준화가 실현되지 않는 한 여전히 탈락과 미달사태를 근원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980년부터 94년까지 평준화를 적용했던 천안이 95년부터 비평준화가 되면서 타 지역으로의 인재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인근 지역의 인재가 유입되면서 결국 천안에 있는 하위성적 학생들이 탈락하는 피해를 입게 됐다는 논리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천안학부모회(이하 학부모회)는 “공동입시창구 운영이 해를 거듭할수록 과도한 눈치 보기, 고교 서열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고교 교사 상당수도 공동입시창구 폐지를 원하고 있다”며 입시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공동입시창구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서열화로 인한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시달리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올해에도 각 학교가 탈락이 예상되는 학생에게 하향접수를 하라고 연락하는 등 학부모·학생·교사들이 원서를 내기 위해 눈치를 살피는 등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정원이 미달돼도 내신이 낮은 학생의 원서를 받지 않으려는 학교 측과 학부모간 마찰도 빚어졌다.

학부모회 김남주 집행위원장은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자존감 완성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인 실패감을 심어준다”며 “선호 학교와 기피 학교로 서열화된 고교에 눈치작전으로 입학해 서열 교복을 입고 경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선지원 후추첨을 통해 학생 모두가 집 근처 학교에 다니며 어디에도 뒤쳐지지 않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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