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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복귀하는 '뺑코' 이홍렬

중앙일보

입력

'뺑코 이홍렬'이 돌아왔다. 지난해 3월, 최고의 인기를 뒤로 하고 가족과 함께 미국 유학길을 떠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원래 계획은 가족 모두 귀국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아내 김인규씨가 계속 공부를 했으면 하는 희망을 내비쳤다. 이제 어느 정도 미국 생활에 적응한 아이들의 학업을 중단시키는 것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을 미국에 남겨두고 홀홀단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의 해외유학은 이번이 두번째. 몇 년 전 혼자 일본 유학을 다녀왔다. 그때는 지리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아내가 없으니까, 적응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아내가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고요.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보고 싶어지네요."

후천적인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연예인이 있다면 단연 개그맨이 으뜸이다. 연기자의 경우, 타고난 잘생긴 얼굴을 바탕으로 대사와 연기에 대한 노력이 있으면 그만이다. 가수도 어느 정도는 천부적인 끼가 필요하다.

하지만 개그맨은 노력을 게을리하면 도태된다. 싱싱한 웃음을 가지고 도전해오는 후배들과 연륜만으로 경쟁을 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개그맨들 중 늦깎이 공부에 나선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 이홍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을 많이 갔어요. 물론 촬영 때문이었죠. 한번은 피지섬에 갔는데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도 모두 영어를 하더라고요. 물론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영어를 배우기 때문이래요. 어찌나 부럽던지…. 제 이름을 단 〈이홍렬쇼〉를 진행할 때 케니 지를 비롯한 외국 게스트들이 자주 출연했는데, 제가 영어를 조금만 할 수 있었어도 훨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을 거예요. 물론 방송에서는 통역을 맡은 사람들이 의사전달을 해주겠지만, 녹화 전에 외국인 게스트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그는 이번 미국 유학을 하면서 영어도 배웠지만, 일본 유학을 하며 기초만 쌓아둔 일본어 실력도 부쩍 늘었다. 그가 다니고 있던 UC 얼버인대 랭귀지 코스 같은 클래스는 15명 정도가 다녔는데 반 이상이 일본인이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어 실력도 늘었다는 것.

미국에서는 온 가족이 학생이었다. 열한 살인 첫째 재준이는 한동안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담임선생이 '문제아'로 특별히 신경을 썼지만, 나중에는 '우등생'으로 통하는 아버지 이홍렬의 영어실력을 앞질렀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제일 먼저 알아듣는 사람이 다른 가족들에게 설명을 해줬어요. 식료품 가게에서는 아내의 영어실력이 뛰어났고, 노는 곳에서는 아이들이 우리를 가르쳤죠. 저는 그놈의 '디스' 발음 때문에 교수에게 얼마나 혼쭐났는지 몰라요. 혀가 굳어서 발음이 안 되는 거예요. 아이들의 영어실력은 쑥쑥 컸는데, 하루는 '아빠, 썸머가 비긴했어'라고 말하길래 이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족들끼리 룰을 정했죠. 영어를 할 때는 영어로만 이야기하고, 우리말로 이야기할 때는 우리말로만 하기로 했던 아이들이 한국에 돌아와 어쭙잖은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 쓰는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했다가는 영어도 제대로 못 배우겠더라고요."

가을 개편과 함께 부활되는 SBS의 〈이홍렬쇼〉로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이홍렬. 외국에 다녀왔다는 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 이런 점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초심자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게 그의 복안.

"제 자랑 같지만 100회를 하는 동안 새로운 토크쇼의 모든 것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 녹화된 오락 프로그램을 모니터했는데, 우리 프로에서 써먹던 아이템을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발견할 수 있더군요. 정작 우리들이 만들어놓고, 그것을 피해가야 하는 형편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스태프들의 아이템을 종합해서 더 멋진 토크쇼를 꾸밀 예정입니다.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요리 토크 코너 '참 참 참'은 계속해서 내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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