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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매년 나라 빚 이자만 20조원을 넘어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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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요즘 세계는 스페인이 경제위기에 전염되지 않을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다. 스페인은 그리스·아일랜드와 똑같이 부동산 거품 붕괴와 천문학적인 부실채권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스페인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4%로 급증해 과연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1300억 유로의 채권을 무사히 상환할 수 있을지 불안한 상황이다. 유로존의 경제 규모 4위인 스페인이 무너지면 독일·프랑스까지 거액의 대출금이 물려 도미노 폭탄을 맞게 된다. 스페인은 재정 건전화를 등한시한 결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우리의 나라 빚이 407조원을 넘었다. 이자로 20조2000억원을 지급해야 할 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재정지출을 급격히 늘린 탓이다.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 건전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기획재정부의 해명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안이하게 대처할 수준은 이미 지났다. 매년 이자를 갚기 위해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할 악순환(惡循環)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여기에다 우리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의 부채는 기형적으로 크다. 이른바 ‘숨은 빚’이다. 실제로 정부와 공공부문이 매년 이자를 지급해야 할 ‘이자부 부채’는 6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고삐 풀린 채 뜀박질하는 나라 빚에 제동을 거는 게 시급하다. 정부는 내년 5%의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2014년까지 흑자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으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느낌이다.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이 내년 성장률을 4%대 중반으로 잡고 있지 않은가. 정부가 재정 건전화 약속을 지키려면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불필요한 정부 지출을 줄이면서 세수 확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생존 수단은 따로 없다. 외부 쓰나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줄 방파제(防波堤)는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튼튼한 재정뿐이다. 한국이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때도 건전한 재정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