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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초음파 의료기기의 본고장으로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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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베른트 몬탁 지멘스헬스케어 의료영상·IT부문 최고경영자는 입사 이후 핀란드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이를 마다하고 ‘지멘스맨’으로 남았다. [지멘스헬스케어 제공]

독일 지멘스헬스케어가 의료기기에 정보기술(IT)을 녹인 차세대 융합서비스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특히 한국에 초음파 연구개발(R&D)센터 확대 등 의료기기·IT 융합 관련 전초기지를 구축한다. 지난달 29일 미국 시카고의 ‘북미방사선학회(RSNA) 2010’에서 만난 베른트 몬탁(41) 지멘스헬스케어 의료영상·IT부문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이런 신사업 전략을 밝혔다.

“한국은 지멘스에 중요한 시장이다. 전 세계 지멘스 현지법인 중 역동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국에 있는 지멘스 초음파 R&D센터와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겠다. 한국을 초음파 의료기기의 ‘본고장(Homeland)’으로 만들겠다.”

몬탁 사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지멘스코리아는 2002년 경기도 성남을 비롯한 4곳에 R&D센터인 ‘메디컬초음파사업부’를 세우고, 자체 개발한 초음파 기기를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2m5㎝의 훤칠한 키로 고교 때 주니어 국가대표 농구선수(센터)로 활약했던 그는 독일 프리드리히 알렉산더 대학에서 금속클러스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지멘스 메디컬 품질관리부서에 입사한 뒤 고화질 영상솔루션 개발로 고속 승진을 하면서 2004년 컴퓨터단층촬영(CT)그룹 총괄에 이어 2008년부터 CEO를 맡았다.

-이번 학회 전시회에 혁신적인 제품을 내놨는데.

“양전자단층촬영(PET)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하나의 기기로 합쳐놓은 mMR 시제품이다. 세계에서 처음 PET와 MRI를 통합했다. MRI의 강한 자기장 속에서도 작동하는 PET 방식을 개발한 것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 덕분이다.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mMR의 개발로 진단시간이 기존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었고, 두 기기가 차지하는 공간도 절반 정도로 축소됐다.” (PET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암 세포 등을 찾아내는 진단 장비이고, MRI는 자기장을 이용해 단면 구조를 읽어내는 장비다. 두 가지 영상을 합치면 인체 구조와 함께 비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부위를 찾아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의료기기 시장에 관심을 갖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자제품 시장에서 급성장한 만큼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영상의료기기 시장은 오랜 연구개발과 투자가 필요하고, 고객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한국 대기업들이 영상의료기기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전 세계 유명한 오피니언 리더 격인 의사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또 전자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지멘스·GE헬스케어·필립스 등 빅3가 진입장벽을 높였다는 푸념이 있다.

“한국은 메디슨의 초음파 기기를 제외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토종’ 의료기기가 없다. 특히 컴퓨터단층촬영(CT) 기술력은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이 시장을 모르는 게 가장 큰 진입장벽이다. 지멘스는 인체 내부를 볼 수 있는 투시기술을 갖고 있지만, 이 기술을 이용해 공항 검색대 등 보안장치 시장에 진출하려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 보안시장을 잘 몰라서다.”

-요즘 관심을 갖는 주력 분야는.

“‘신고비아’라는 의료영상정보 통합솔루션이다. 일상적인 영상판독은 물론 3D(3차원) 등으로 변환시키고, 언제 어디서나 다른 의사들과 영상 데이터를 주고받아 협진할 수 있으며, 의사들 사이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지원한다. 첨단 영상진단기기 기술일수록 의사와 환자, 의사와 의사의 소통이 중요하다. 미래의 의료현장은 이 같은 솔루션을 통해 의사와 환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시카고(미국)=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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