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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글 해킹, 리창춘이 지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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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초 미국 검색 포털 구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 중국 공산당 고위 인사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욕 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8일 ‘구글 차이나, 중국 정부 검열에 저항하다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제목의 전문은 중국 정부의 구글 탄압이 시작된 계기를 소개하고 있다.

 정보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리창춘(李長春·권력서열 5위·사진) 정치국 상무위원이 우연히 구글 사이트에서 자신과 자녀 이름을 넣어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그의 가족에 대한 사생활 정보는 물론 그에 대한 비난 글까지 검색돼 나왔기 때문이다. 리 위원은 이를 계기로 구글에 대한 검열은 물론 해킹까지 지시했다는 것이다. 올해 초 전문은 리 위원 집안과 연이 닿는 중국인 정보통을 인용해 리 위원이 미국 내 구글 서버에 대한 공격을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보고했다. 구글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만은 단지 콘텐트뿐만이 아니었다. 중국 정부는 민감한 정부·군사 시설을 보여주는 구글 어스 사진의 해상도를 낮추라는 요구로 미국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구글 어스 때문에 중국 군사 시설이 테러 공격의 표적이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위협성 언급도 있었다고 전문은 전했다.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해킹 시도를 간파하게 한 사례도 언급됐다. 2008년 초 이루어진 해킹 시도로 미국 수사관이 ‘비잔틴 캔도어’라고 이름 붙인 사건이다. 2008년 11월 3일 전문에 따르면 중국에서 시도된 이 해킹으로 50메가바이트 분량의 미국 정부기관 사이트 사용자 이름과 비밀번호가 통째로 유출됐다. 이 사건을 주도한 배후로는 리 상무위원 말고도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도 지목됐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에선 리 위원과 저우 위원이 구글 압박을 총괄하기는 했으나 직접 해킹을 지시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중국 소식통의 전언도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구글을 굴복시킨 뒤 인터넷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이런 생각이 미국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에 대한 해킹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베이징 주재 미국 외교관의 판단이란 점을 외교전문이 보여주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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