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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 이제는 세계로 나가라 뭔가 다른 것 만드니 주목하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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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작품집 『COMPOUND BODY』를 출간한 장윤규씨. 건축이론, 작품 완성과정 등을 담았다. “작품집은 마케팅 도구가 될 수도, 사회 변화를 위한 발언이 될 수도 있다. 둘 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도훈 인턴기자]

외국에서 한국 건축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때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을까. 대답은 “거의 없다”다.

올 1월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한국 건축가 27인의 건축전 ‘새로운 궤적(New Trajectories)’을 기획했던 박진희씨(하버드건축대학원 강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건축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집도 드물고, 영문으로 나온 자료는 더더욱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건축은 바깥 세상과 소통할 구체적인 준비에 소홀했다는 얘기다.

 ‘크링’(서울 대치동), ‘예화랑’(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등 대담한 작업으로 주목 받아온 건축가 장윤규(46· 국민대 교수)씨가 첫 작품집 『COMPOUND BODY:UNSANGDONG Architects』를 냈다. 총 606쪽의 영문판이다. 동료 건축가 신창훈씨와 함께 이끌고 있는 건축가그룹 ‘운생동’의 작업을 총정리했다. 그는 내년 뉴욕 전시도 준비 중이다. 해외 무대에 본격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장씨는 활동영역이 넓다. 갤러리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고, 가구 디자인·설치미술에도 관심이 크다. 조민석(매스스터디즈 대표)씨와 함께 국내 젊은 건축가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는 작품집 출간을 위해 아예 출판사를 차렸다. 국내외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도 시리즈로 내겠다는 포부다. 서울 대학로 운생동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작품집이 왜 중요한가.

 “건축가에게 작품집은 세계와 소통하는 채널이다. 한국 건축가들은 여기에 소홀했었다. 제대로 된 영문판이 다섯 손가락을 못 채울 정도다. 현대건축의 선구자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을 향하여』에서 자신의 건축 철학과 방법론을 체계화했다. 렘 쿨하스는『SMLXL』을 내면서 세계적인 건축가로 발돋움했다. 무릇 건축가라면 자기의 얘기를 이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정체성을 찾을 수 있고, 존재를 알릴 수 있다.”

장윤규씨가 이끄는 ‘운생동’의 여수엑스포 주제관 국제현상 응모작. 가작에 입상해 건물은 지어지지 않았다. ‘자연상상체’라는 개념을 담아 한국의 자연을 입체적인 빈 공간으로 표현했다. [운생동 제공]

 -직접 책을 낸 이유는.

 “건축잡지에서 엮어내는 작품집이 있지만 건축가의 목소리로 작품을 직접 설명하고 싶었다. 이번 책은 시작일 뿐이다. 작가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건축 이슈를 담아낼 담론 시리즈(한·영문판)도 준비하고 있다. ”

 -세계 무대를 겨냥했다. 그만큼 자신감을 얻었다는 뜻인가.

  “그렇다. ‘크링’과 ‘예화랑’이 최근 몇 년 20여 개의 해외 건축전문 잡지에 소개됐다. ‘디자인뱅거드(2006)’ ‘커맨디드 어워드’(2007)등 세계적인 건축상을 수상한 게 전환점이 됐다. 요즘에도 일주일에 3~4건씩 자료 요청이 온다. 특히 중국에서 오는 게 60% 이상이다. ‘한국에서만 일해왔지만 세계적 보편성을 갖춘 건 담론이 있으면 통하겠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뉴욕 전시 계획은.

  “단순 건축전시가 아니다. ‘공간’을 주제로 한 아트·건축 전시가 될 것이다. 건축 모델은 100년 이상을 내다보고 만들어 컬렉션의 대상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공간이든 가구든 동양적인 것, 한국적인 것, 나의 것으로 승부해보고 싶다.”

 -추구하는 건축이 뭘까.

 “건축으로 ‘복합체’의 가능성을 실현해 보이는 것이다. 복합체는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구조를 말한다. 본래 성질을 간직하면서도 대립하지 않고 화합하는 거다. 요즘 내 화두는 독창성인데, 독창성은 복합체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동양적인 사고와 통하는 대목이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5~10년 이상 매달릴 나만의 스토리를 찾으라고 하고 싶다. 작품은 물론 이론적으로도 무장해야 한다. 사실 저도 희망이 보이지 않아 건축을 그만두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유학 경험이 없고 해외에 인맥이 없어도 열심히 해서 ‘다른 무엇’을 만들어 내면 충분히 주목 받을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이 체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특이한 형태가 아니라 특이한 공간이다. 건축가나 아티스트를 넘어 종합예술인으로 불리고 싶다. 건축이든, 예술이든, 도시 디자인이든 영역구분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장윤규=1964년 부산 출생. 서울공고 졸업. 서울대 건축학과(학·석사). 일본 저널 ‘10+1’이 선정한 세계의 젊은 건축가 40인(2001). 운생동 설립(2001). 광주비엔날레 전시공간(2004)·서울시립대 캠퍼스콤플렉스(2005)·광주디자인센터(2005)·서울대 건축대학 건물(2006·정림건축 공동) 설계. ‘Architectural Record’의 뱅가드어워드(2006)· ‘Architectural Review’의 커맨디드어워드(2007) 수상. 하이서울페스티벌 디자인감독(2009). 현재 성동 드림아트홀(2009·착공)·청심초등학교(2010)작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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