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 커지는 한방] 인삼·황기·시호 … 신경세포 기능 살려 파킨슨병 치료 돕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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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원장이 파킨슨병 환자의 뇌파를 검사하고 있다. [보건당한의원 제공]


파킨슨병만큼 증상이 모호한 질환도 드물다. 손이 떨리거나 뻣뻣해지는 것을 보고 중풍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증상이 없는 환자도 많다. 팔·다리에 묵직한 통증이 있어 척추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실제 보건당한의원(원장 이승환)이 최근 파킨슨병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첫 의료기관 진단명’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81%(84명)가 오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뇌경색 35%(36명). 다음으로 파킨슨증후군 27%(28명), 요통 15%(16명), 기타 통증 4%(4명) 순이었다.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19%(20명)에 불과했다.

 오진을 하다 보니 약물 부작용도 컸다. 절반이 넘는 58%(60명)가 ‘상태가 더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31%(32명)는 ‘별 차이 없다’고 답했다. ‘호전됐다’고 답한 사람은 11%(12명)에 불과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불수의 운동(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지가 떨림)’, 보행 장애, 근육경직, 느린 운동 등은 뇌경색 등과 증상이 유사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신경세포의 부족으로 생긴다.

  이 원장은 “판킨슨병을 진단하려면 걸음걸이, 손의 움직임, 표정, 전신 쇠약감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짧은 시간에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선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약물남용이 파킨슨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노인은 파킨슨병 증상을 유발·촉진하는 약물에 유의해야 한다. 주로 정신과 약들이지만 장운동을 촉진하는 소화제도 들어 있다. 항도파민성 약물로 분류된 향정신성 약물이나 항구토제를 수년 동안 장복하면 도파민 분비 시스템에 기능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항파킨슨병 치료제의 지속 효과는 약물 복용 후 평균 3시간 정도다.

 요즘 한방에서도 파킨슨병에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뇌에 작용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호·반하·조구·황금 등을 주 재료로 인삼·황기·계지 등으로 기혈을 강화하는 처방을 한다. 체력을 강화해 다리에 들어가는 힘을 지지한다. 조구는 자율신경의 균형을 조율해주고, 황금은 뇌세포가 죽는 속도를 지연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약물 지속 효과는 어떨까. 이 원장은 “한의학은 파킨슨병의 원인을 뇌의 문제보다 오장육부의 균형 유지에 둔다”며 “부족한 도파민을 채워주는 것이 서양의학적 접근이라면 한의학에선 아직 파괴되지 않은 도파민 신경세포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한방에선 뇌와 신장이 척수액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또 간 기능은 뇌의 혈액 공급과 관련이 있다. 뇌 기능과 활동이 오장육부와 긴밀한 관계를 이뤄 인체를 총체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견해다.

 진단을 위해선 뇌파를 통한 기능 진단, 복부 진단 등을 시행한다. 복부 진단은 한방 고유의 진단법으로 맥진보다 객관적이다. 환자의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복부를 통해 촉진한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복직근의 긴장도가 강하고, 배꼽 밑 단전 부위는 마치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는 것. 오장육부의 기혈 순환과 척추의 뒤틀림도 알 수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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