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고 이것이 궁금하다] 맹독성 삼중수 유출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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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사고로 세상이 떠들썩하지만 사고 내용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들이 많다.뉴스에 빈번히 등장하는 사안과 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본다. 편집자.

이번 사고의 핵심 용어인 중수(重水)
.약 50리터 가량 누출돼 방사능 피폭을 가져왔다.중수는 눈으로 볼 때는 같지만 실제로는 보통 물보다 약 6% 가량 무겁다.이는 물(H2O)
을 구성하는 수소(H)
의 차이 때문.중수소는 중성자가 1개 더 많다.그러나 설탕·소금을 녹이는 화학적 성질은 물과 완벽하게 똑같다.기초과학연구소 이경수박사는"중수는 마셔도 건강에 조금도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중수가 문제가 된 것은 누출된 중수 중에 삼중수가 섞여있었기 때문.삼중수도 물이지만 이 물의 수소는 중성자가 2개 있어 중수보다도 6%가량 더 무겁다.게다가 방사선을 방출하고 독성도 있다.

월성원전에서 누출된 중수는 감속재.중성자의 속도를 늦춰줘 핵분열을 촉진한다.이 핵분열 과정에서 중수 중 일부가 중성자를 흡수하면 유독한 삼중수로 바뀌는 것.

중수는 바닷물 1t중 약 1백50g가량 녹아있는데 원전에 사용되는 중수는 이를 정제해 만들어진다.국내 원전에 사용되는 중수는 모두 수입하는데1리터당 수입 단가가 25만원 안팎일 정도로 비싼 물.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이성호박사는"중수는 월성의 중수로에서만 사용한다"며"원전 4기 가동에 매년 16t(약 40억원)
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사능과 방사선도 관심의 대상.엄격히 말해 삼중수소가 붕괴하면서 방출한 방사선 β선에 피폭된 것이다.방사능이란 알파(α)
·베타(β)
·감마(γ)
등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가리키는 말.따라서 방사능 누출로 방사선에 피폭된 것이다.

각 기준치도 등장했다.방사선의 경우 연간 4백밀리렘,외부환경으로 방사능 방출은 30만 밀리퀴리다.밀리렘(mrem)
은 인체가 받는 피폭단위.밀리퀴리는 방사능의 단위다.기준치란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인체·외부환경에 대한 위해를 논할 수 있다는 뜻.안전지침은 이런 수치에 이르기 전 단계적으로 취해야할 조치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원전 보수 중에 일어났다.원전은 수십만 개의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예방 점검·보수를 실시한다.이 때는 원전가동을 완전히 멈춘 다음 원자로가 있는 격납용기 내까지 들어간다.이 과정에서 종사자들은 우주복과 버금갈 정도로 방사선 차폐장치가 잘된 방호복을 입는다.이번 사고는"방호복은 입었으나 산소마스크와 산소통을 매지 않은 것이 과피폭의 직접 이유"라고 KINS관계자는 밝혔다.

이번 사고의 방사능 누출은 일차적으로 원전 내 격납고에 국한된 것.하지만 삼중수소가 기체(가스·수증기)
상태로 밖으로 나왔으므로 엄밀히 따지면 외부 누출이 전혀 없지는 않았던 셈이다.그러나 중수로는 평소 정상운전시에도 삼중수소 등이 일종의'굴뚝'을 통해 극미량이 배출된다.

원전의 사고·고장분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가 정한 기준이 공통으로 쓰인다.가장 경미한 0등급부터 최악인 7등급(체르노빌 사고)
까지 있다.그러나 환경단체는 이런 등급 개념이 일반과 괴리가 있다고 본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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