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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도발 땐 완전 굴복 때까지 응징하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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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호 01면

4일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연평도를 방문한 김관진 신임 국방부 장관이 북한군 포격으로 불에 탄 민가를 지프에 탄 채 둘러보고 있다. 연평도=김성룡 기자

김관진 신임 국방부 장관은 4일 “북한이 또다시 우리 영토와 국민을 대상으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온다면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대응으로 그들이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장관 이·취임식에서 “우리는 지금 6ㆍ25 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결코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레이저 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취임 첫날

김 장관은 “3월 천안함 사태와 지난달 연평도 포격 도발은 우리 군의 자존심과 명예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으며 군을 믿고 사랑했던 많은 국민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예측할 수 없었던 기습도발이었다 하더라도 분명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적은 앞으로도 우리의 허점을 계속 노릴 것”이라며 “그들에게 도발의 대가가 얼마나 처절한지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취임식 후 첫 공식일정으로 연평도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우리 군이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강력한 응징을 통해 북한이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못 내게 강력 조치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의 사격 훈련에 대해서는 “우리 방위력 강화를 위해 하는 것으로, 날씨가 좋으면 가급적 빨리 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또한 취임사에서 “고도의 실전능력을 갖춘 ‘전투형 부대’를 만들어 현장의 전투능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군 내부의 관료적 풍토와 매너리즘은 과감히 도려낼 것”이라며 강력한 군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따라 연말로 예정된 장성급 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당초 합참의장과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등 대장 인사는 이번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었지만 북한군의 연평도 도발과 장관 교체로 인해 유동적 상황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새 장관이 국방개혁을 통해 군을 군다운 군대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직접 챙기겠다”며 “군내 특수전문직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등 군 인사평가 시스템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동안 군이 다소 해이해졌던 측면이 있다. 남의 탓을 하기 전에 군 지도층
부터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며 “지금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최신 무기보다 시급한 것은 군의 정신력이고 군다운 군대”라고 강조했다. 또 “장군부터 확고한 정신력 확립이 필요하다”며 “특히 분단된 나라의 장관이고 장군이란 점을 늘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군 주변에서는 군 기강 확립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란 당면과제를 푸는 데 김 장관을 최적임자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김 장관은 군 후배들 사이에서 ‘레이저(Laser) 김’으로 통한다. 국방부의 한 참모는 “김 장관과 마주앉아 얘기를 나누다 보면 눈빛이 워낙 강렬해 마치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라며 “오랜 야전 경험으로 다져진 강한 인상에 똑 부러진 성격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레 이렇게 불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방부 장관 후보자 모의청문회에서도 김 장관의 강직한 모습과 짤막하고도 명쾌한 답변이 후한 점수를 얻으면서 후순위라는 예상을 뒤엎고 신임 장관으로 낙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이번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군의 대대적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김 장관을 지명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군 안팎의 신뢰가 높은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연평도를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연평도가 훌륭한 어업기지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연평부대가 최선을 다해 섬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평도 주민소개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마을 내 대피소를 둘러보는 자리에서도 “관계부처 장관들과 협의해 낙후된 시설을 최대한 빨리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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