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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물가, 정부 통제론 어림없고 돈줄 죄야 잡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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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호 27면

중국 정부가 물가 때문에 비상이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4.4% 올랐다. 최근 25개월 사이 최고치다. 올해 초 중국 정부가 정한 억제 목표치 3%를 훌쩍 넘어섰다. 조만간 발표될 11월 물가 상승률은 4.7~4.8%일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엔 더욱 심각해질 듯하다. 물가 상승률이 6%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어떤 전문가는 10%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급기야 중국 국무원이 지난달 21일 물가 대책을 내놓았다. 효과 여부를 떠나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책 담당자들이 최근 물가 상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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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원 대책은 모두 16가지였다. 그 가운데 일곱 번째는 ‘가격이 급등하는 만큼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여덟 번째는 ‘연금 지급액을 물가 상승률과 연동시킨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두 가지는 국무원이 내놓은 대책의 핵심이다. 아주 그럴듯해 보이기도 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물가 상승의 최대 피해자가 되기 십상이다. 그들의 소득 수준은 아주 낮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도 아주 더디다. 그들의 소비 가운데는 식료품 비중이 높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국무원이 그날 내놓은 다른 대책은 너무나 진부했다.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80년대 중국 정부가 즐겨 썼던 물가 통제 방안이 대책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여차하면 정부가 나서 물가를 올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80년대엔 중국 정부의 직접 통제가 효과를 냈을 수 있다. 그 시절엔 식료품 등 많은 제품의 가격이 정부의 손에 의해 조절됐다. 정부가 수급을 조절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행정명령 등으로 물가를 직접 통제했다. 그 시절에도 물가 통제가 늘 성공하지는 못했다. 때로 정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였다. 85년과 88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0% 넘게 솟구치기도 했다.

국무원 대책 가운데 더욱 놀라운 점은 금융통화 정책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무원은 돈줄을 조절하는 방안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물가 상승 원인에 대한 진단을 잘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중국의 몇몇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최근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현상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가격구조가 바뀌는 바람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봤다. 이들의 진단이 옳다면 굳이 중국 정부가 통화량이나 금리를 조절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물가가 전반적으로 그리고 이전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이 인플레이션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경제학자들은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88년과 94년, 2007년에도 가격구조가 바뀌고 있는 탓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중국 중앙은행은 그들의 진단대로 돈줄을 죄지 않았다. 그 결과는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이었다.

국무원의 물가 대책은 중국 정부의 일반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 준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 인민은행만이 외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최근 지급준비율을 다시 올렸다. 물가를 잡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지급준비율 인상은 충분하지 않다. 여전히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국무원이 진단한 대로 식료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물가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물가는 폭넓게 오르고 있다. 농산물 가격도 해마다 급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시적인 대책으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원인은 유동성 풍년이다. 돈이 많이 풀렸다는 얘기다. 중국의 명목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예금 금리는 마이너스다. 어느 누구도 저축하려 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 등으로 달려가 투기하고 있다. 투기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달리 말해 현재 금융 상황이 사람들을 투기꾼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공권력이나 행정 수단을 동원해 투기꾼을 단속하고 있다. 해마다 단속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투기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공권력이나 행정 수단이 얼마나 쓸모없는지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수없이 확인됐다. 과거 중국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대학이 구내식당 음식값을 올리는 일을 막았다. 겉으로는 정부의 지시가 먹혀드는 듯했다. 하지만 대학은 구내식당 배식량을 줄였다.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국 정부는 금융통화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리=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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