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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 → 사장’ 2단계 뛰어넘어 초고속 승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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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40)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사장 내정자는 지난 10년간 호텔신라의 새 바람을 주도해 왔다. 대원외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나온 그는 1995년 삼성복지재단 보육사업팀에 입사하면서 삼성 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호텔 사업에 관심이 있다”며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1월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그는 2005∼2006년 호텔신라 리뉴얼과 신라면세점 리모델링, 2007년 인천공항 면세점사업 진출 등을 지휘하는 등 강한 추진력을 보였다. 최고급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유치하고, 호텔에 한의원·치과·증권사 PB 센터를 입점시키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금 증가와 면세점 개장 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국 관광객이 줄면서 한때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텔신라를 바꾸겠다는 그의 시도는 적중했다. 면세점 사업은 시장점유율이 2002년 13.3%에서 올해 29%로 늘어나면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엔 롯데면세점과의 ‘루이뷔통 유치전’에서 승리하며 세계 최초의 루이뷔통 입점 공항면세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호텔신라는 이 사장 입사 이후 매출이 2002년 4157억원에서 지난해 1조2132억원으로 늘었다.

 서비스·레저 분야에 많은 관심과 의욕을 보인 그는 지난해 9월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전무를 추가로 맡았다. 업무 한 달도 안 돼 에버랜드가 운영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경기도 수원사업장 구내식당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 기 위한 시도였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사장은 이 회장의 외모를 빼닮은 데다 일에 몰입하며 완벽을 추구하는 업무 스타일도 닮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실제로 호텔 경영에 참여한 뒤 인테리어·건축 부문의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만나고, 전문서적을 구해 읽고, 임직원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e-메일로 소통했다고 한다.

 그가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겸하는 것에 대해 내수·유통 중심에서 글로벌 영역으로 보폭이 넓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호텔신라의 면세점 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어 물산 상사부문 글로벌 사업과의 시너지라는 관점에서 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37)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의 부사장 승진 여부는 다음 주 계열사 임원 인사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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