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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석의 Wine&] 까다로운 영국 신사 사로잡은 ‘007 샴페인’ 볼랭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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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난달 16일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오랜 연인이었던 케이트 미들턴과의 결혼을 공식 발표했다. 윌리엄 왕자는 케냐를 여행하던 중 어머니인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꼈던 사파이어 반지를 미들턴에게 건네며 청혼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중엔 사파이어 반지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결혼 발표장에서 미들턴이 입었던 파란색 원피스의 경우 테스코에 짝퉁 디자인까지 등장하며 상한가를 쳤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버딕트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이들의 결혼이 1조원이 넘는 경기부양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왕실 결혼으로 가장 들떠 있는 곳은 와인 업계다. 버딕트는 “결혼식에 사용될 와인과 샴페인 등의 소비로 3억6000만 파운드의 경제효과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왕실 결혼은 ‘스타 샴페인’의 등용 무대다. 프랑스 명품업체 LVMH의 최고급 샴페인 동 페리뇽이 좋은 예다. 동 페리뇽은 1981년 열린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에서 사용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내년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에 사용될 샴페인으로 동 페리뇽과 함께 주목받는 브랜드는 볼랭저다. 영국 유력 일간지 더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에 사용될 샴페인이 볼랭저가 될 것으로 점쳤다. 영국 왕실의 공식 샴페인 중 하나인 볼랭저는 왕실에 최고급 손님이 찾을 때만 등장한다. 지난달 22일 한국을 찾은 볼랭저의 제롬 필리폰 대표는 “볼랭저는 프랑스인보다 영국인들이 더 사랑하는 샴페인”이라며 “영국인들이 자국 브랜드로 착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볼랭저는 ‘제임스 본드의 샴페인’라는 수식어도 붙어 있다. 2002년에 개봉된 ‘007 어나더데이’에서 감옥을 나온 제임스 본드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볼랭저를 맛보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2006년 ‘카지노 로얄’과 2008년 ‘퀀텀 오브 솔러스’ 등 지금까지 총 10편의 007 영화에 등장했다. 필리폰 대표는 “볼랭저가 007 영화에 등장하는 조건으로 우리가 지불하는 것은 샴페인 몇 병에 불과하다”며 “연출진이 볼랭저의 이미지가 제임스 본드와 잘 맞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더 적극적”이라고 강조했다.

 볼랭저가 까다로운 영국 신사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는 남다른 블렌딩(blending)에 있다. 대부분의 샴페인은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그리고 피노뮈니에 등의 포도품종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볼랭저는 이 중 레드 와인에 주로 사용되는 피노누아의 비중이 높다. 필리폰 대표는 “피노누아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샴페인의 풍미가 진하고 산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코카콜라의 한국법인 대표를 역임했던 그는 “샴페인의 경우 한식과 잘 어울린다”며 “불고기나 회를 먹을 때도 레드 와인보다는 샴페인이 낫다”고 조언했다.

손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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