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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직원 급여 계좌 … 외환은행서 이탈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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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주주협의회(채권단) 간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로 물고, 물리는 양상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외환은행 계좌를 급여통장으로 사용하던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직원 중 상당수가 다른 은행으로 급여통장을 바꾸기 시작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해 외환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회사 차원에서 급여통장을 바꾸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 급여 계좌를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날엔 외환은행에서 1조3000억원의 예금을 인출해갔다. 금융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외환은행과의 외환 거래를 중단하고, 범현대가 기업들도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현대그룹의 주 채권은행이기도 한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에 대해 6일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자고 요구했다. 현대그룹이 불응할 경우 채권단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이 약정을 체결하면 새로 사업을 진행하거나 신규 자금을 조달할 때 채권단과 일일이 협의해야 한다. 따라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약정 체결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계 분석이다. 이에 앞서 법원은 현대상선 등 현대 계열사들이 신규 여신 중단과 만기 도래 채권 회수 등 공동 제재를 풀어 달라며 외환은행 등 채권단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채권단 공동 결의의 효력을 중단시켰다.

 현대그룹 측은 “채권단이 법원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약정 체결을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며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이 좋아진 만큼 약정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전날 예고한 대로 현대차그룹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이의 제기와 허위사실 유포 등 명예·신용 훼손, 주식 매매계약 체결 방해 등을 하지 말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 의혹에 대해선 금융당국도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수자금 문제는 주주협의회와 인수 후보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주주협의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배·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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