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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자동차 생산 숨고르기 … 다른 업종 가동률은 소폭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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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월에 시작된 경기의 둔화 조짐이 10월 들어 더 뚜렷해졌다. 현재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순환변동치 전월차)가 8월(-0.1)과 9월(-0.9)에 이어 10월에는 -1.3을 기록했다. 동행지수가 3개월 연속으로 내려간 데다 하락폭도 컸다. 선행지수도 10개월 연속으로 떨어졌다. 4분기 성장률은 2년 만에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동행지수를 볼 때 경기가 상승세를 마감하고 하강 국면으로 반전했다”고 말했다.

 ◆반도체·자동차의 부진=30일 통계청의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로 2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9월보다 4.2% 줄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산업생산 하락폭은 2008년 12월(-10.4%) 이후 최대였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9.5%로 9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9월에 비해 화학제품(4.2%), 1차금속(3.8%), 섬유제품(3.3%) 등은 증가했지만, 반도체 및 부품(-8.7%), 자동차(-12.4%), 기계장비(-4.3%) 등은 감소했다. 한국경제의 핵심업종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부진이 산업생산을 많이 끌어내렸다. 기획재정부는 반도체와 자동차의 부진이 전체 광공업 생산감소의 81%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재정부 이상원 경제분석과장은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면 오히려 소폭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반도체와 자동차 생산이 워낙 급격하게 증가했던 만큼 이번에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상 흐름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제조업 체감경기도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는 92로 10월보다 2포인트 감소하면서 8월 이후 4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관심은 하강의 폭과 기간=재정부는 과거 경기확장기에도 동행지수가 3개월 이상 연속으로 하락한 사례가 있다는 분석자료를 내놨다. 지금 경기가 내려가고는 있지만 경기 상승국면에서 잠깐 하락하는 소(小)순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희망 섞인 분석이 맞다면 이번 경기하강은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실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가 하락한 뒤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을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인 4% 전후로 보는 예측이 대다수인 만큼 경기하강의 폭이 크거나 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은 잘 되는데 왜?=지식경제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9% 증가한 441억1800만 달러였고, 무역수지는 69억14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과 무역흑자 규모 모두 월간으론 사상 최고치였다.

 수출이 이렇게 좋은데, 왜 같은 달 산업생산은 엉망일까. 수출 통계는 경상가격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또 전년 동월비로 비교하기 때문에 원계열 자료를 이용한다. 조업일수에 따라, 또 명절이 그 달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바람을 많이 탄다. 반면 산업생산은 물가요인을 빼고 불변가격만 따진다. 또 조업일수·명절 등의 계절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 자료를 이용한다. 사상 최대였다는 10월 수출도 ‘산업생산의 잣대’로 보면 많이 다르다. 조업일수를 조정한 수출용 출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월 19.0%, 9월 17.2%, 10월 12.2%로 내리막이었다. 윤명준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경기 흐름을 따질 때는 물가와 계절요인을 제거한 산업생산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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