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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이탈리아까지 … 유럽 금융불안 재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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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 승인 발표에도 금융시장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재정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불안감에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유로화 값도 약세를 지속했다. 다음 구제금융 후보로 거론되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물론 벨기에와 이탈리아의 국채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월 그리스 구제금융 발표 이후 금융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그리스 국채 값이 반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날 유럽연합(EU)의 재무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아일랜드에 대한 85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승인했다. 또 2013년 이후 유로권의 재정안정기능을 담당할 상설 기구에 대한 청사진도 내놨다. 하지만 이런 시장 안정책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29일(현지시간) 영국(-2.08%)·프랑스(-2.46%)·독일(-2.20%) 등 유럽 주요 증시가 급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이어 개장한 뉴욕 증시에서도 다우지수는 0.36% 하락 마감했다. 미국 추수감사절 기간 소비가 늘어난 것과 같은 호재가 있었지만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구제금융 승인 발표 이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값은 한때 1.33달러 선까지 반등했지만 이후 1.31달러 수준으로 떨어져 9월 중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국채 값도 약세를 보였다. 이날 10년물 스페인 국채의 금리는 지난주 말보다 0.2%포인트 이상 오른 연 5.42%를 기록했다. 스페인·포르투갈·아일랜드의 국채 부도 위험도를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도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이체방크의 짐 라이드 채권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포르투갈의 지원 요청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까지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경우 EU가 확보한 ‘실탄’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스페인을 ‘거대한 코끼리’에 비유하며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이를 지원할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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