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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을 바라는 아마선수들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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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6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선수의 해외진출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유는 바로 병역의무에 있었다.

최동원과 선동렬은 국가대표 시절 국제경기에서 발군의 성적을 거둬 군복무는 면제 받았지만, 국내에서 5년을 뛰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인해 해외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몇년이 지나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지금의 규칙이 생긴것은 불과 2년도 되지 않았다.

박동희와 정민태의 경우에는 이미 각각 롯데 자이언츠와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의 전신) 에 지명을 받은 상태였고 병역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웠다.

결국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한국프로야구위원회가 만든 족쇄 때문에 해외진출은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1994년 1월 당시 한양대 2학년이던 박찬호가 LA 다져스에 입단하게 된다.

그의 에이젼트이자 메니져인 스티브 김과 다져스 구단이 머리를 짜내어 생각한 것이 바로 한양대를 자퇴한다는 강수를 둔 것이었다. 더우기 박찬호는 공주고 졸업 당시 빙그레 이글즈(한화 이글즈 전신)에 지명을 받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자퇴를 하고 유학하는 형식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박찬호가 계기가 되어 최경환(성남고-경희대-전 보스턴 레드삭스), 서재응(광주일고-인하대-뉴욕 메츠), 서재환(광주일고-인하대-전 뉴욕 메츠), 조진호(전주고-원광대-보스턴 레드삭스), 정석(동국대-LA 다져스), 김선우(휘문고-고려대-보스턴 레드삭스), 봉중근(신일고 중퇴-애틀란타 브레이브스), 김재영(중앙고-전 보스턴 레드삭스), 최희섭(고려대-시카고 컵스), 백차승(부산고-시애틀 매리너스), 송승준(경남고-보스턴 레드삭스), 김병일(동국대 휴학-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김병현(광주일고-성균관대 중퇴-애리조너 다이어몬드백스), 오철희(광주진흥 중퇴-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제2의 박찬호를 꿈꾸며 도미하였다.

자신의 실력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구단이라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라도 못 갈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떠난 나이 어린 선수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메이져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없는 실력 이하의 선수들이라서 그들의 미래를 생각할 때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메이저리그의 진입은 상당히 어렵다. 박찬호도 2년간의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어 겨우 메이저리거로 성장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조진호와 김병현은 그 위치가 아직은 굳건하지 못하다.

김재영, 서재환 등은 조기 방출이 되어 이제 더 이상 선수생활 조차 못하게 되었다.

초기 해외진출파였던 최경환도 메이저리거 진입에 실패하고 이리저리 손을 써 겨우 한국에서 뛸 수 있게 되었지만 결국 돈도 명예도 모두 놓치는 상황에 처했다.

나머지 선수들 역시 당장 화려한 미래가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한국에서 뛰는 편이 낫았을 것이라 후회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내게 된다면 군면제도 받을 수 있고 선수생활도 더 오래할 수 있다. 예전과는 달리 몇년만 한국에서 뛰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또한 국내에도 고액연봉자들이 줄줄이 나오는 상황이기에 마이너리그에서 썩는것 보다는 훨 나은 선택이 될것이다.

한편, 해외구단으로부터 많은 계약금에 욕심을 내고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라면 이는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다. 설령 큰돈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세금과 에이젼트에게 지급되어야 할 수수료 그리고 학교측에 내는 찬조금을 제외한다면 정작 본인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그다지 많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실력있는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며 돈도 벌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것에 대해 무어라 말할 의도는 아니다.

단지 자신의 실력과 자질 그리고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서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충분한 비교를 거친 후 자신의 앞날에 가장 큰 도움이 될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무분별한 해외진출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해외로 간 선수는 귀국 후에도 5년간은 어떠한 구단에서도 뛸 수 없다는 룰을 만들어 해외진출 선수들의 입지를 더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덕분에 한번의 실수로 평생을 몸담아 온 야구계를 떠나야 하는 개인적인 아픔과 전도가 양양한 젊은 선수를 잃는다는 야구계의 큰 손실이 생기고 있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와 8개구단은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 급급해 이같은 결과가 생기도록 방치 하지 말아야 겠다.

좀 더 거국적인 시각에서 해외진출 요건을 완화하고 FA제를 조기에 시행하여 보다 나은 대우를 보장해주는 등의 제도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선수수급이 원활해지고 비싼값에 선수들을 트레이드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점 재고한다면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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