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에서] '물컵' 두둔한 與의원 논법

중앙일보

입력

언론탄압 논쟁과 관련한'전화와 물컵의 차이'-

4일 국회문광위 국감에서 현정권의 언론탄압이 없음을 강조하는 '3단논법'이 제시됐다.논법 주창자는 정치학 교수출신 국민회의 길승흠(吉昇欽)
의원.

이날 핵심쟁점은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장관이 청와대공보수석시절 중앙일보 사장실을 방문해,기사내용과 관련해 험악한 불만을 표시하며 유리 물컵을 집어던진 행패였다.

한나라당의원들은"언론사상 유례없는 일로,현정권의 중앙일보 탄압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추궁했다. 반면 吉의원은 이런 식으로 상황을 해석했다.

"과거 정권에선 전화 한 통화면 언론통제가 다 됐다"→고로"공보수석이 중앙일보를 직접 방문한 것은 현 정권에서 언론탄압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나 언론통제가 안되면 직접 찾아가서 물컵 까지 던졌겠냐"고 반문했다. 그 순간 긴박감속에 진행되던 국감장은 폭소가 터지는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연출됐다.고개를 뒤로 젖혀 박장대소하는 의원도 있었다.증언석에 있던 朴장관조차 미소를 지었다.

한나라당의석에서"朴장관은'물컵을 안 던졌다'고 증언했어요"라고 꼬집는 소리가 이어졌다.그제서야 吉의원 본인도 머쓱하게 웃었다.

회의 도중 밖에 나온 국민회의 의원 일부도"吉의원은 못말려""왜 그런 궁색한 애기를 하는지 답답하다""코미디 소재가 될까 걱정이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회의내내 朴장관은"넘어질 때 물컵이 탁자위에 떨어지며 책상위 유리가 깨졌을 뿐"이라고 변명했다.이에 대해 박성범(朴成範)
의원은 "책상을 '탁'치니 '억'하더라는 박종철 사건 생각이 난다"고 질타했다.

중앙일보의'국민의 정부,언론탄압 실상을 밝힌다'시리즈가 국민적 관심사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吉의원의 발언 해프닝도 그런속에서 나온 것이서 더욱 씁쓸하다.

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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