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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외딴섬에 꽃핀 예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28일 울산 남구 야음장생포동의 바닷쪽 모퉁이에 있는 신화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좁은 골목길 벽면들이 빠짐없이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모습이 눈길을 끈다. 몇발짝 더 들어가자 ‘연어와 첫 비’(안동대 미대출신자 동아리)의 벽화 작품 ‘장생포 고래를 기다리며…’가 반긴다. 20여 년전 포경기지로 명성을 날렸을 때의 신화마을을 만화처럼 압축해놓은 그림이다.

 반대편 건물에는 장생포의 상징이었던 포경선이 지붕 위에 자리잡은 채 담벼락마다 그려진 아기자기한 벽화들과 옛 얘기를 나누는 듯하다.

 마을 중심 도로를 벗어나 샛길로 접어들자 울산지역 유명 작가들이 그려낸 벽화가 골목별 테마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착시의 골목, 동화의 골목, 동심의 골목, 시(詩)의 골목, 음악의 골목…. ‘창 너머로 시내를 굽어보는 개’, ‘집에서 슬그머니 도망쳐 나오려는 고양이’ 등의 담장·담벼락·대문 위 조형물들이 골목의 테마에 파격의 조화를 선사했다.

 1960년대 울산석유화학단지가 조성되면서 매암동 철거민들의 정착지였던 신화마을이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부자도시 울산의 외딴섬으로 인식되며 문화와는 거리가 먼 낙후지역이었던 곳이 지역 예술가들의 손길로 환하게 바뀌고 있다. 문화관광부 주관의 생활공간 공공미술 가꾸기 사업인 ‘2010 마을미술 프로젝트’ 덕분이다. 안동대 미대 출신자들로 구성된 ‘연어와 첫비’가 앞장서고 지역 예술가들이 마을주민과 함께 호흡을 맞춰주고 있다.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이미 인터넷 블로거들에게는 사진 찍기 좋은 이른바 울산의 ‘핫 스팟’의 하나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미 고래를 주제로 한 국내 첫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를 통해 영화 촬영지로도 명함을 내밀었다.

 신화마을의 부활은 진행형이다. 울산 남구는 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의 미술대회 개최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역 전문 작가들이 제안한 빈집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고 독특한 예술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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