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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좌파냐 우파냐 보다 일류냐 이류냐가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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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민우 기자

반성부터 해야겠다. 21일자 중앙선데이 매거진 ‘최민우 기자의 까칠한 무대’에 ‘정은숙의 귀환’이라는 칼럼을 썼다. 전 국립오페라단장이었던 정은숙(64)씨가 성남아트센터 신임 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성남시의회의 동의 절차가 남았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인 것을 감안하면 통과될 것이라고 썼다. 오류가 있었다. 6·2 지방선거로 성남시장은 한나라당(이대엽)에서 민주당(이재명)으로 바뀌었지만, 성남시의회 다수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었다. 기본적인 사실을 챙기지 못한, 기자의 잘못이다.

 기사가 나간 21일 기자에게 날아온 e-메일 덕분에 팩트가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메일을 보낸 이는 한나라당 소속의 성남시의원이었다. 그는 “총 34석의 성남시의회는 한나라당 18석, 민주당 15석, 민주노동당 1석으로 한나라당이 과반수”라고 전해왔다. 그러면서 “이런 의석 비율로 봤을 때 정씨의 임명안은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종 결과는 그의 말대로 됐다. 25일 상정된 정은숙씨 임명동의안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전원 퇴장하는 홍역을 치른 끝에, 한나라당 단독 처리로 부결되고 말았다. 지난 칼럼에서 쓴 대로 정씨는 고(故) 문익환 목사의 큰 며느리요, 배우 문성근씨의 형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진보 예술인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곤 했다. 한나라당 소속 성남시의원들이 반대한 주된 이유일 게다.

 하지만 그가 국립오페라단장으로서 6년 남짓 재임 기간에 이룩한 성과는 적지 않다. 그가 취임하기 전보다 티켓 판매액이 3배 이상 늘었다. 유료 객석 점유율도 평균 80%대였다. 향유자가 극히 제한됐던 오페라를 대중 곁으로 다가오게 한 것이다. ‘라트라비아타’ ‘투란도트’ 등 인기 레퍼토리를 구축했고,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을 제작해 독일·일본·중국 등에서 호평 받았다. 서울 예술의전당 화재 관련 책임 논란도 있었지만 단지 정치색을 이유로 버리기엔 아까운 예술경영가라는 얘기다.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 없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이 독식하던 시대는 지났다. 정권은 때마다 바뀌고 있고, 한 정권 아래서 지방권력은 또 반대편이 잡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특정 진영에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발탁하거나 배척하는 건, 자기권력의 정당성을 ‘반쪽’ 짜리로 떨어뜨리는 꼴일 뿐이다. 이젠 색깔을 넘어 능력에 방점을 찍을 때다. 해당 인물이 일류인가 이류인가를 따질 때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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