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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척추·관절수술의 최신 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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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병원 수술팀이 우주복처럼 생긴 수술복을 입고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힘찬병원 제공]


한국 의사들의 경쟁력은 정형외과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정확하고 정밀한 수술로 치료 성적이 높아졌고, 흉터와 통증을 최소화해 환자의 만족도가 크게 개선됐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총무인 김강일 교수(강동경희대병원)는 “과거에는 수술기법을 배우러 유럽이나 미국 등에 연수를 갔는데 최근엔 우리가 앞선 분야도 있을 만큼 실력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배대경 교수는 “국내외 학회에 적극 참여해 최신 수술에 대한 지식과 기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국제학술지에 논문도 많이 발표하고,

최상의 술기를 가진 우리가 외국에 가서 시범수술을 하며 실력을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의료진과 환자도 크게 늘었다.

우리들병원의 경우, 2004년부터 7년간 24개국 259명의 의사들이 내시경을 이용한 척추수술기법을 배우러 다녀갔다.

해외환자도 지난해보다 21.6% 증가해 올해만 1373명이 이곳에서 수술을 받았다. 척추·관절수술의 치료 성적을 높인 비결은 무엇일까.

최소절개수술 세계최고 기술 자랑

한국의 최소침습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소침습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면서 수술 결과는 기존 성적을 유지하거나 더 향상시키는 시술.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장인 김영백 교수(중앙대병원)는 “우리나라 환자들은 미용에 관심이 많아 흉터가 적은 수술을 선호한다”며 “적게 쨀 경우 시야가 좁아 수술이 어렵지만 의료기구와 영상장치의 발전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술기를 익힌 덕에 미세하고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소침습의 장점은 근육과 신경, 혈관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 또 환자의 통증과 흉터가 줄고 회복속도는 빨라졌다. 예전에는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걷는 데 3주 정도 걸렸지만 요즘은 수술 2~3일부터 재활치료를 시작한다. 수술 흉터도 15~20㎝에서 10㎝ 미만으로 줄었다.

 신경손상을 최소화하도록 고안된 수술기구도 의료진을 돕는다. 강동경희대병원 김기택 교수는 “예전에는 자칫 신경을 건드려 마비가 올까 엄두도 못 내던 수술도 요새는 정밀한 신경감시장치가 있어 만일의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이나 혈관 등 해부학적 구조를 우회하거나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법이 시행되고 있다. 예컨대 요추와 천추 사이에 발생한 디스크 탈출은 일반적인 접근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운데 우리나라에선 창의적인 수술법이 시도되고 있다. 골반뼈를 통과해 아래쪽 요추로 접근하기도 하고, 전방에서 척추체를 경유해 디스크를 제거하는 것이다.

GPS원리 이용 … 시술 부위 좌표 추적

자동차 운전을 돕는 내비게이션처럼 수술을 돕는 내비게이션도 수술의 정확성을 높인다. 인공위성의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 원리를 응용한 적외선 카메라로 환자의 해부학적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내비게이션이 시술 부위 좌표를 추적하며 뼈와 관절의 위치·각도·인대와의 균형 등을 자동으로 바로잡는다.

 기존에는 의사들이 CT(컴퓨터단층촬영)나 X레이를 보며 경험과 눈 계측에 의존해 수술했으나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오차범위 없이 부위를 정확히 짚어내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

 영상장치의 발달로 정밀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졌다. 김영백 교수는 “몸 속 좁은 공간에 넣는 수술현미경이 과거엔 2차원으로 밖에 안 보여 어려움이 있었는데 최근엔 실제 두 눈으로 보는 것처럼 좋아졌다”며 “수술영상을 녹화하기도 쉬워 의료진에게 교육의 기회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동양인 남성·여성 맞춤식 치료 가능

동양여성의 무릎관절에 맞게 제작된 인공관절. [힘찬병원 제공]

수술에 쓰는 재료도 발달했다. 기존 인공관절은 수명이 15년 정도여서 재수술이 필요했으나 최근엔 세라믹 신소재를 이용해 25~30년까지 사용하는 제품이 나왔다. 재질뿐 아니라 디자인도 한국인에 맞게 고안됐다. 서양의 인공관절은 입식생활을 하는 서양인에 맞게 디자인돼 무릎이 105도 밖에 구부러지지 않았다. 좌식생활을 하는 한국인에게 매우 불편했다. 이에 무릎이 110도 이상 굽는 한국형 무릎인공관절이 고안됐고, 심지어 남성보다 관절 크기가 작고 모양도 다른 동양여성만을 위한 맞춤형 관절도 개발됐다. 힘찬병원 이수찬 원장은 “환자의 해부학적 특성에 맞는 인공관절을 쓰면서 통증이 감소하고, 운동각도가 늘어났으며 회복 속도도 빨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척추 고정에 쓰는 나사못도 뼈와 신경 손상이 없는 특수재질과 디자인으로 거듭 발전하고 있다.

특수 수술복 착용 … 수술감염률 확 낮춰

진료시스템도 선진화됐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이사장은 “예전에는 의사 한 명이 단독으로 진료하고 수술방법을 결정했으나 지금은 여러 의사가 팀을 이뤄 함께 토론하며 수술을 한다”며 “의사 개인의 판단착오에 의한 오진과 실수를 줄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술 시 감염관리도 철저하다. 척추관절수술은 망치와 톱 등의 수술기구로 뼈를 깎아내면서 뼛가루가 발생했다. 이때 뼛가루가 의료진 몸에 닿았다가 다시 시술 부위에 떨어지면 감염될 수 있다. 최근에는 우주복 형태의 특수수술복(헬멧 호흡장치)이 도입돼 0.1㎍ 정도의 미세알갱이도 98% 이상 걸러내며 수술 중 예기치 못한 미세균에 감염되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힘찬병원의 경우, 1998~2000년에는 수술 감염률이 1.7%였으나 우주복수술을 시행한 현재는 0.34%로 낮아졌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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