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 나가서 좋고,생산성 올라서 좋고,삶의 질 높아져 좋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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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호 20면

“2015년 대한민국. 출근 시간인 오전 8시 서울 올림픽대로가 한산하다. 제한 속도인 시속 80㎞를 넘어 달리는 차도 적지 않다. 분당·용인 등 신도시와 서울을 잇는 고속도로도 체증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스마트워크’ 근로자가 30%가 넘었다는 정부 통계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출퇴근을 하는 근로자들이 확실히 줄었다. 그들은 집이나 가까운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스마트워크

이명박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이 100% 실현된다면 그려 볼 수 있는 5년 뒤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정부는 당시 올해 서울 도봉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설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500개의 ‘스마트워크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스마트워크센터란 영상회의 등 첨단 원격 업무 시스템을 갖춘 공간이다. 정부는 지난 3일 서울 도봉구청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열고 공무원들이 이곳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내년에는 일산ㆍ평촌 등 8곳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정부는 스마트워크를 관공서에 도입한 뒤 점차 민간 기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 스마트워크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 전위대 중 대표적 직업군이 기자다. 기자들은 PC통신 시절인 1990년대 중반부터 정보기술(IT)에 기반한 ‘스마트워크’를 했다. 사건 현장이나 기자실에서 기사를 쓰고, 전화선을 빌려 PC통신에 접속해 회사로 기사를 전송했다. PC통신은 곧 유선인터넷-무선인터넷(와이파이·와이브로)으로 진화해 갔다. 최근 스마트폰까지 나오면서 기자들의 컴퓨터는 손 안으로 들어왔다.

기자는 최근 남도의 한 섬으로 취재를 떠나면서 스마트워크 시대를 절감했다. 시속 100㎞가 넘게 달리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연결해 3G망을 이용, 회사로 기사 메모를 보내고 관련 자료와 뉴스를 검색했다. 구글맵스에 들어가 내가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일기예보 앱에서 다음 날 취재 지역의 날씨도 체크했다, 미국에 있는 동료에게 e-메일도 보내고, 회사 동료와 의견도 나눴다.

기자들이 스마트워크에 친숙한 데는 첨단 장비와 기술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언제 어디서든 마감 시간 안에 기사 송고만 하면 되는 근무 형태다. 얼굴을 반드시 맞대야 하는 일이라면 스마트워크에는 부적절하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회의에는 빠져도, 회식에는 빠지지 마라’.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보수적인 한국사회 속 조직문화를 꼬집는 말이다. 이런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나서 스마트워크 바람을 부추기는 것이 조금 안쓰럽다. 70~80년대 관 주도의 경제 개발이 연상돼서다. 정부는 인프라만 갖춰 주고 빠지면 된다. 그게 스마트워크 정신이다. 이미 우리의 스마트워크 인프라는 세계적이다. 그걸 묶어 주고 이용하기 편하게 만들어 주면 그만이다. 스마트워크는 생산성 외에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다고 한다. 출퇴근 인구 감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이 주는 친환경적인 특성을 들지 않아도 충분히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스마트워크로 절약한 시간에 아이들과 놀거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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