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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놔 두면 다음엔 서해 5도 중 한곳 점령당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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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서울 성수동 해병대전우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인식 전 해병대 사령관(62·예비역 중장, 해병대전우회 총재·사진)은 천상 무관이었다. 전역한 지 5년이 지났지만 현역 시절처럼 머리는 짧았고 말투는 단호했다. 그의 입에서 북한이란 말은 들을 수 없었다. 북을 얘기할 때는 항상 ‘북괴’였다. 26일 오후 2시부터 한 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내 그는 북과 친북세력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김 전사령관은 하루 뒤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있을 ‘북괴의 연평도 무력 침공에 대한 규탄결의 대회’를 준비하느라 부산했다. 공정식(85) 제6대 해병대 사령관 등 역대 해병대 사령관 17명과 해병대 전우회 3000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 북의 연평도 폭격과 해병대원 사망 소식을 접한 해병대 전우회의 분위기가 어땠나.

 “분통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부글대고 있다. 결의문에 ‘북괴를 비호하는 종북세력들을 이제부터 해병대 전우들의 적으로 간주하고 해병대 이름으로 처단할 것을 결의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그냥 구호성으로 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왜 이렇게 매번 당하기만 하나. 잃어버린 과거 10년을 빨리 되찾아와야 한다. 과거정권은 민족공조와 평화라는 미명 아래 군의 정신과 전력을 약화시켰다. 간첩과 빨치산을 민주화 유공자로 둔갑시켜 대한민국의 기본질서를 뒤흔들어 놓았다.”

 -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병력과 장비를 늘려야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금 서해 5도에 있는 우리 부대는 섬을 방어하는 소극적 개념 하에 있는 것이다. 합참 차원에서 서해 5도를 공격 전진기지로 바꿔야 한다. 평양을 목표로 하는 지대지 미사일 기지를 두고, 공격용 헬기도 배치해야 한다. 예전에도 백령도에 미사일 기지를 두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88올림픽직전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미국이 ‘방어가 아닌 공격용 무기를 두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김 전 사령관은 서해 5도를 지킨 야전 사령관이었다. 중령 시절(1987~89년) 백령도에서 대대장을 지냈고, 준장 시절(98~99년)에도 여단장으로 백령도를 지켰다.  

 - 백령도에 공격용 미사일 기지를 두다간 자칫 전면전을 초래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식이라면 우리 국민은 패배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도 한 번 계획해서 북한의 서해기지를 먼저 때려보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 한미동맹이 있기 때문에 북괴가 전면 전쟁을 일으키기란 쉽지 않다. 평화를 위해 돈을 준다는 것은 끌려가는 것이다. 전쟁을 억제하려면 전쟁을 불사하고 강력하게 응징하는 것이 필요하다.”

 - 북한의 다음 움직임으로 백령도 점령 시나리오도 거론되는데.

 “북괴의 다음 공격이 전면전이 될 가능성은 작다. 국지전은 가능성이 있다. 계속해서 도발양상이 규모를 달리할 것이다. 나는 북괴의 다음 단계 공격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하나는 미사일 공격이다. 다른 하나는 서해 5도 중 한곳을 점령하고 우리나라와 미국에 협상카드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여단급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는 백령도를 북괴가 점령하기란 쉽지 않다. 아마 사단급이 몰려와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대청도나 소청도 등은 취약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기습점령한 뒤 ‘어찌할 거야’할 수 있다.”

 - 서해5도의 우리 군사력을 보면 방치됐다는 느낌이 든다. 자주포 몇 개로 어떻게 서해 5도를 지킬 수 있나.

 “원래는 K-9 자주포도 없었다. 제1 연평해전이 터지면서 저쪽에서 해안포가 나오니 우리도 장거리포가 필요하다고 해서 K-9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단기적으로도 기존 105mm 포를 모두 K-9으로 바꿔야 한다. 105mm 포는 북의 서해안까지 미치지 못하고 모두 바다에 떨어진다. 해안포도 신형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 있는 것은 90mm 전차를 도태시켜면서 그 포를 떼어내 해안포로 쓰고 있는 것이다. 감시장비 체제도 보강해야 한다.”

글·사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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