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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한 두 영혼 위해 … 병역 기피 재수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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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3일 오전, 탤런트 박해진(27·사진)씨가 과거 정신분열 증세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경찰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내사를 종결한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몇 시간 뒤,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꽃다운 두 청년이 전사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이 들끓었다. “두 영혼을 생각해서라도 정확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진 것이다. 결국 경찰은 박씨의 병역 기피 의혹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9월 박씨가 과거 9개월 동안 정신분열 증세를 호소하며 장기간 약물 처방을 받는 수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첩보를 입수, 내사를 벌여 왔다. 2006년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로 인기를 얻은 박씨는 ‘꽃미남’ 이미지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경찰은 박씨가 2003년 6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총 27차례에 거쳐 대구의 한 병원에서 정신분열증 치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박씨는 이 기록을 병무청에 제출, 2004년 3월 병역을 면제받았다.

당시 병역법상 6개월 이상의 신경정신과 치료 경력이 있거나 1개월 이상의 신경정신과 입원력이 확인된 사람 중 군복무에 상당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달 내사를 종결했다. “수사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사를 통해 혐의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병역법상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속임수를 쓴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공소시효는 7년. 2007년 12월 법이 개정돼 기존의 5년에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면제 처분을 받은 당시(2004년)의 법을 적용해야 하므로 박씨의 공소시효(5년)는 이미 지났다. 이러한 사실은 23일 오전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박씨의 실명도 공개됐다.

논란이 확산되던 즈음 북한의 연평도 공격 사실이 알려졌다. 이 사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연평도에서 복무 중 전사한 서정우(22) 하사와 문광욱(21) 일병의 모습에 박씨를 대비시켰다. 네티즌들은 경찰의 수사 재개를 촉구했다.

 파문이 커지자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25일 “금품 제공 등 또 다른 비리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 결과 박씨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속임수를 쓴 사실이 밝혀진다면 병무청에 결과를 통보해 타당한 조치를 받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군 면제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면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만 30세 이하의 남성은 재검을 통해 현역 입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법률 자문을 맡은 변호사는 “당사자에게 이번 일에 대한 입장을 들은 적이 없어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인터넷에 알려진 내용은 진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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