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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지금은 북한의 야수성에 단호하게 대처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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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교육과

도대체 김정일 정권의 본질은 무엇인가. 야만성일까, 폭력성일까, 호전성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게 한데 어우러진 야수성(野獸性)일까. 이념은 다르지만 피를 나눈 같은 민족인데, 잊을 만하면 무력도발을 하며 불량배처럼 동족을 핍박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하기야 북한은 불량 정권이며 실패한 국가로 낙인찍혀 있다. 그렇다면 나는 못사는데 왜 너희만 잘살고 있느냐는 질투심인가. 아니면 핵도 없으면서 왜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느냐며 심술을 부리는 것인가.

 엊그제 북한은 작정한 듯 포탄을 퍼부어 순식간에 연평도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국군이 전사했고 주민들 피해도 상당하다. 아시아인들이 평화롭게 축제를 즐기고 있는 마당에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가 평화를 즐기고 있을 때 느닷없이 가슴에 총부리를 들이댄 것은 한두 번이 아니라 그들의 일관된 가학적 속성이었다. 60년 전 남침을 해 대한민국을 초토화할 때도 모두가 잠든 일요일 새벽이 아니었던가. 또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있을 무렵 갑자기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포탄을 발사해 해군 용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런가 하면 불과 여덟 달 전 장병들이 잠옷까지 갈아입고 잠자던 시각에 어뢰를 터뜨려 천안함을 침몰시키고는 지금까지도 잡아떼고 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는 휴전 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 안에 직접적인 포격을 해댔다. 한국여자축구팀이 북한팀과 더불어 살을 맞대고 경기를 한 것이 엊그제인데, 등 뒤에 비수를 꽂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문득 삼국지에 나오는 시 한 수가 떠오른다. 조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조비가 아우인 조식을 죽이려고 일곱 걸음을 걸을 동안 시를 지을 것을 명령했다. 이때 조식이 지은 시가 이른바 ‘자두연두기(煮豆燃豆<8401>)’다. “콩을 삶누나. 콩깍지로 불을 때니 콩이 솥 안에서 우는구나. 본래 같은 뿌리에서 나왔거늘, 어찌 이리도 급히 볶아댄단 말이냐.”

 우리야말로 솥 안에서 울고 있는 콩의 심정이다. 왜 같은 민족인데 평화롭게 사는 대한민국을 끊임없이 핍박하는가. 쌀도 주고 비료도 주고 심지어 현금조차 주었는데, 무엇이 부족해 민간인들이 사는 땅에 포격까지 해대는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민족의 정으로 주지 않은 것이 없기에, 너무나 분하고 원통하다. 왜 쌀을 주고 포탄을 받아야 하나. 금강산 관광을 갔다가 억울하게 숨진 박왕자씨의 죽음이 그렇고 연평해전 때 전사한 용사들이 그렇다. 천안함 46명의 용사들의 죽음도 그렇고 이번 연평도의 전사자를 생각하면 콩깍지로 콩을 태우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죽음이 억울하고 안타까운 것은 결코 죽어서는 안 될 목숨인데, 동족의 호전성 앞에 스러져 갔기 때문이다.

 남북은 6·25전쟁 후 휴전협정을 맺어 서로 총을 쏘지 않기로 했다. 완전한 평화는 아니어도 평화상태를 유지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쟁 상황이 아닌데도 이처럼 평화 시에 죽어야 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생긴다는 것은 부조리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일 정권은 잊을 만하면 어뢰도 쏘고 대포도 쏨으로써 끊임없이 한반도가 전쟁 중에 있음을 상기시키려는 것일까. 자신의 주민들을 ‘선군정치’라 하여 총칼로 위협하며 종살이를 시키는 것도 부족해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포와 핵으로 위협해 불안에 떨게 할 작정인가.

 우리는 결코 그들의 의도대로 자유의 땅을 내줄 수는 없다. 자유인은 두려움의 볼모가 될 수 없으며 더더욱 그들의 사악한 뜻에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 북한의 위협 앞에 굴복해 비굴한 평화를 챙기려 할 때 우리는 종의 신세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버지 세대가 6·25 때 그들의 위협 앞에 굴복하지 않고 자유의 땅을 지켜냈듯이, 우리도 북방한계선을 지켜내며 그들의 야수성에 맞서야 한다. 평화는 구걸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화란 용사들과 더불어 쟁취하는 것일 뿐 악의를 가진 상대방이 무서워 겁쟁이처럼 행동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연평도 포격을 보면서 정부가 퍼주기를 소홀히 했다느니, 전쟁보다 비굴한 평화가 낫다는 식으로 우리 자신을 비하하며 김정일 정권에 아첨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도발이 집요할수록 도발에 대처하는 우리의 의지 또한 결연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자유의 땅을 지켜내겠다는 결의로 하나가 돼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에게 무릎 꿇기를 강요하는 그들의 사악한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음을 깨닫게 만들 때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