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이어 러시아까지 북한 비난 … 중국만 “예의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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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23일 밤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왼쪽부터)를 차례로 불러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따른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연평도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일본은 물론 러시아까지 북한 비난에 가담했다. 중국만 ‘사태를 예의 주시한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백악관 “정전협정 준수하라”=로버트 기브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긴급성명을 통해 “북한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은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정전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의 안보와 지역 평화 및 안정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재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공격 사실을 이날 오전 4시에 보고받았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AP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전 4시가 채 되기도 전에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의 연락을 받고 잠에서 깼다”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전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는 천안함 사건 때와는 달리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사건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남한의 섬(연평도)에 대한 포격을 주도한 측은 분명히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유관 당사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유리한 일을 하길 바란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포 사격을 한 것은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행위 아니냐’는 질문에 “관련 보도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이날이 공휴일인 근로자의 날이라 휴식을 취하고 있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기자들을 만나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에게 예기치 않은 사태에 만전의 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이날 밤 간 총리 주재의 관계 각료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북한의 포격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공격 직후인 이날 오후 3시30분 이륙 예정이던 김포행 일본항공(JAL) 여객기는 하네다(羽田) 공항에서 45분 늦게 출발했다. 이스라엘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외무장관은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북한의 공격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미친’ 체제를 저지하고 쓰러뜨려야 할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케 한다” 고 밝혔다.

 ◆신화통신 “북한 포격, 한국 반격”=세계 주요 언론들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시시각각 보도했다. BBC는 사건 발생 직후 인터넷판에 ‘한국 위기’라는 제목의 속보 코너를 마련하고 사건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BBC는 이날 북한의 공격이 1953년 한국전쟁 종료 이후 최대의 남북 간 충돌이라고 소개했다.

 CNN은 긴급 뉴스를 통해 서울과 베이징 등을 연결해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부 일본 언론들은 호외를 발행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 서해의 연평도가 북한의 포격을 받았고 한국 군이 반격을 가했다”며 북한의 공격 사실을 보도했다.

도쿄·워싱턴·베이징·파리·홍콩=박소영· 김정욱·장세정·이상언·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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