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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힌드라, 쌍용차 인수대금 5225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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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가 23일 쌍용자동차와 인수합병(M&A) 본계약을 체결했다. 총 인수대금은 5225억원(마힌드라 지분율 70%)으로 시장의 예상보다는 낮아졌다. 4271억원은 신규 유상증자에, 나머지 954억원은 쌍용차의 회사채 인수에 사용된다. 양측은 ‘쌍용’이란 브랜드명은 유지키로 했다. 인수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1954년 ‘하동환 자동차제작소’로 출발한 쌍용차는 쌍용·대우그룹과 중국 상하이기차공업집단공사(상하이차)에 이어 내년 3월께 다시 새 주인을 맞게 된다.

 ◆회생 길 열리나=쌍용차는 최근 10여 년간 이 회사를 인수한 기업이 연속으로 무너지거나, 다시 매물로 내놓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상하이차가 인수 4년여 만인 지난해 1월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 결정타였다. 고강도 구조조정과 노동조합의 극렬 파업이 이어졌다. 2003년 9.8%였던 쌍용차의 내수 점유율(수입차 제외)은 지난해 1.6%까지 추락했다.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을 비롯한 마힌드라 고위 관계자들은 그간 “우리는 상하이차와 다르다”고 강조해왔다. 마힌드라는 23일 본계약 체결에 앞서 쌍용차 노사와 고용 보장, 장기 투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자 특별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서 마힌드라와 쌍용차 노사는 ▶전 직원의 고용 보장 ▶회생절차 종료 때 기존 복리후생 제도 환원 ▶기술연구소 및 디자인 센터 국내 유지 등에 합의했다.

 쌍용차는 이번 계약이 마무리되면 자금 사정의 숨통이 열리게 된다. 유상증자 형태로 들어오는 4271억원은 자본금이기 때문에 이 돈으로 빚을 갚으면 회사의 부채가 확 줄어 재무구조가 좋아진다.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도 기회다.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은 이날 “쌍용차의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인도 시장에 도입할 기회가 생겼다”며 “이는 쌍용차의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엔카 사장은 지난달 본지 인터뷰에서 “인수 본계약을 맺은 뒤 바로 쌍용차의 신형 SUV ‘코란도C’의 인도 내 판매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미국 수출을 위한 기술 기지로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와의 결합은 쌍용차가 추진 중인 친환경 전기차 개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마힌드라는 최근 인도 전기차 업체인 레바 일렉트릭을 인수하면서 이 분야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남은 절차는=마힌드라는 본계약 체결을 위해 인수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납부한 상태다. 나머지는 채권단 등으로 구성된 관계인집회 3일 전까지 납입한다. 내년 1월께로 예상된다.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는 관계인집회에 이번 계약에 따른 변경 회생계획안을 제출해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채권자들이 동의하면 회사는 법원에 회생절차 종결 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인수절차가 끝난다. 회사 측은 내년 3월께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쌍용차의 부채는 일시불로 갚아도 5900억~6000억원은 된다. 마힌드라의 인수대금 5225억원은 이보다 700억~800억원 정도 적다. 채권자들의 일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채권자들도 이번 M&A가 무산되면 새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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