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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부르면 언제든 오겠다”는 추신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3호 14면

언제나 표정이 얼음장 같던 추신수(28·클리블랜드)가 환한 미소를 터뜨렸다. “많은 분들이 나를 걱정해 주셨다.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한국의 힘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할 때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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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19일 아오티 필드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대만을 9-3으로 대파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선수 24명 중 군미필자 11명은 병역특례법(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동메달 이상)에 따라 군 면제를 받게 됐다. 5경기에서 14타수 8안타(타율 0.571)·3홈런·11타점을 폭발시킨 추신수도 여기에 포함됐다.

추신수의 병역문제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면서 야구팬들의 이슈가 됐다. 당시 김재박 대표팀 감독은 “추신수의 기량을 직접 보지 못했다. 국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며 그를 대표팀에 넣지 않았다. 대표팀은 대만·중국에 연패하며 동메달에 머물렀다.

팬들은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추신수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자고 청원하기 시작했다. 일부 사병들은 ‘추신수 대신 하루씩 군 복무를 더 하겠다’는 인터넷 릴레이를 벌이기까지 했다.

이후 대표팀은 두 차례의 병역특례 기회를 얻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로 11명이 혜택을 입었다. 미국에 있던 봉중근·최희섭·김선우 등이 군 문제를 해결해 국내 복귀했다. 국내에서 뛰던 김태균·이범호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일찍 얻어 일본으로 진출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는 14명이 혜택을 누렸다. 류현진·김광현·윤석민·이대호·정근우·김현수 등은 프로야구 인기를 이끌었고, 2009년 WBC와 광저우 아시안게임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추신수는 팔꿈치 부상을 안고 참가한 2009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2007년 바뀐 병역특례법에 따라 혜택이 주어지지 않았다.

선후배들이 군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추신수는 2년 연속 타율 3할-20홈런-2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특급타자가 됐다. 그리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10년간 고민해온 병역문제를 조금 과장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했다.

국위 선양의 대가로 군 면제 혜택을 주는 것이, 특히 부와 명예를 누리는 프로선수에게 주는 것이 정당한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애국심과 병역면제는 묘한 함수관계다. 이를 잘 아는 추신수는 병역에 대해서 늘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신 행동에 진성성이 묻어났다. 클리블랜드 구단이 영주권 신청을 권유했지만 거부했다.

추신수는 이번 대회에 앞서 “국가를 대표한다는 건 어떤 가치보다 위에 있다. 나라가 불러주면 언제라도 다시 대표팀에 오겠다”고 약속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뒤 박찬호가 그랬듯, 앞으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날개를 달 것이다. 한 미국 기자는 추신수의 추후 3년 연봉 총액을 2200만 달러(약 250억원)로 예상했다. 부와 명예는 그의 몫이지만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로 성장하는 기쁨은 야구팬과 함께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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