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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먹는 시금치, 겨울 건강 지켜준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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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호 18면

시금치는 푸른 잎채소로는 드물게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가 제철이다. 조상들은 그래서 겨울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원으로 시금치를 즐겼다. 겨울 시금치는 추위·눈보라 속에서 자라 향이 강하고 당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금치의 원산지는 고대 페르시아(이란). 인도·중국을 거쳐 고려 말·조선 초에 한반도로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시금치는 완전식품에 가까울 만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비타민 A·C·E·K·엽산(비타민 B군의 일종) 등 비타민과 칼륨·칼슘·셀레늄 등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다. 혈관 건강에 이로운 오메가-3 지방도 있다.

특히 빈혈 예방 성분인 철분은 100g당 2.5~3.7㎎이나 들어 있어 당근(0.7㎎)·고추(0.9㎎)·피망(0.5㎎)의 약 세 배에 달한다. 육류(햄버거 패티)보다도 많은 양이다.

과거엔 시금치의 철분 함량이 이보다 10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독일의 분석학자가 1870년 시금치의 철분 함량을 산출할 때 소수점 하나를 잘못 찍는 실수를 했고 이 오류는 1930년에
야 밝혀졌다.

시금치에 함유된 비타민 중 A·C·E는 비타민의 ‘에이스’이며 셋 다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다. 암, 심혈관 질환, 백내장, 황반변성, 관절염 예방 식품으로 시금치를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시금치를 매일 꾸준히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은 35%, 대장암은 40%가량 발병률이 낮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시금치의 비타민 가운데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엽산이다. 엽산이 기형 예방을 돕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폐암 등을 예방하고 호모시스테인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은 덜 알려졌다.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올라가면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엽산과 비타민 B12를 함께 섭취하면 암·동맥경화 예방 효과가 더욱 커진다. 시금치(엽산 풍부)와 쇠간·굴·조개·등푸른 생선(비타민 B12 풍부)을 ‘찰떡궁합’으로 보는 이유다.

시금치에 든 비타민 K는 혈액 응고·뼈 건강에 유용하다. 1차대전 때 부상당한 프랑스 병사에게 와인에 시금치 주스를 넣어 마시게 했는데 효과를 봤다. 시금치에 혈액 응고(상처 치유) 작용을 하는 비타민 K와 조혈 작용을 하는 엽산·철분이 넉넉히 들어 있어서였을 것이다.

단 아스피린 등 피를 묽게 하는 약이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라면 비타민 K가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웰빙식품에도 약점은 있다.
떫은맛 성분인 수산이다. 수산은 체내에서 칼슘·철분과 결합해 두 미네랄의 체내 흡수율을 떨어뜨린다. 칼슘·철분보충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시금치의 과다 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한때 시금치를 많이 먹으면 신장 결석이 유발된다고 해서 시금치 섭취를 꺼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는 시금치를 매일 500∼1000g 이상 섭취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우리 국민이 나물이나 국을 통해 한 끼에 섭취하는 시금치의 양은 30∼40g에 불과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결석·통풍 환자에겐 시금치가 권장되지 않는다.

드물지만 일부 예민한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칼륨 함량이 높은 편이어서 고혈압 환자에겐 유익하지만 신부전증 환자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선 데이트할 때 시금치 요리를 주문하지 않는다. 시금치가 치아 사이에 끼는 것을 꺼려서다. 서양에서 시금치는 한국 남성 치아의 고춧가루와 같은 존재다.

참깨·참기름은 시금치와 궁합이 잘 맞는다. 참깨에 풍부한 라이신(아미노산의 일종)이 결석 억제를 도우며 참기름 등 식용유를 사용하면 지용성인 시금치의 웰빙 성분(베타카로틴·루테인 등)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어서다. 시금치나물을 무칠 때 참깨·참기름을 첨가하면 시금치에 부족한 영양소인 단백질·지방까지 보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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