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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창의력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3호 02면

며칠 전 샘표식품 박진선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요즘 신입사원 얘기를 하다가 ‘창의력’에 대한 말씀을 듣게 됐습니다. 어떤 회사든 창의력 있는 신입사원을 뽑으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겠죠.

“창의력이 뭔가요. 전 결국 문제해결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까요. 제가 사원들에게 요구하는 인재의 덕목은 세 가지입니다. 겸손할 것, 사욕(私慾)을 버릴 것, 열정을 가질 것. 이러면 어째 구닥다리 같다, 하는데, 그럼 이렇게 다시 설명해주죠. 우선 공연히 자기를 낮추며 겸손한 척하지 마라. 겸손하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깨닫고 그걸 알려고 하는 노력이다. 둘째 어떤 일을 할 때는 오로지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하라. 이 일을 함으로써 내가 잘될 일, 남 못될 일은 생각하지 마라. 셋째는 몰입하는 열정을 가져라. 무슨 일을 하든지 집중해서 끝장을 내라고 주문하죠. 그럼 이제 좀 있어보인다나요, 하하.”

다음날 저는 KBS ‘개그콘서트’ 뒤풀이 현장에 갔습니다. 최근 5년여 동안 개그콘서트를 대한민국 부동의 오락프로그램으로 이끌어온 김석현 PD가 마지막 녹화를 마친 자리였습니다. 그를 보내는 자리가 궁금했습니다. 많은 개그맨들이 참석했죠. 술이 한 순배 돌고 그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나에게 고마워하지도, 미안해하지도 마라. 나는 내가 할 일을 했고 당신들 역시 할 일을 한 거다. PD가 연기자를 키우기도 하지만 연기자가 PD를 키우기도 하는 거다. 우리는 대학교 개그 동아리가 아니었다. 지금 돌아보면 우선 고맙고 또 개인적으로 미안한 사람들 많다. 하지만 나도 미안해하지 않겠다. 우리 모두 성공해서 다시 만나자.”

매일매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개그의 세계. KBS ‘개그콘서트’가 10년 넘도록 개그 종가의 자리를 지켜온 비밀 중 하나를 살짝 엿본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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