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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분석한 꽃 선물에 담긴 '세 가지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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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람들은 살아 있는 뱀이 아닌 단순한 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움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식은땀을 흘린다. 뱀에 대한 공포가 유전자에 각인돼 있기 때문으로 일부 과학자는 분석한다. 꽃은 어떨까. 미국 뉴저지 럿거스 주립대 심리학과 지넷 해빌랜드-존스 교수팀은 누구에게나 꽃을 주면 화색이 돌며 얼굴 가득 기쁨이 넘치는 미소를 짓는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내놨다. 이는 다른 선물에 비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여자들이 꽃에 약하며, 노인의 경우는 우울증이 개선되기도 했다.

5월 가정의 달에 꽃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연구팀은 세 가지 실험을 통해 꽃과 사람의 감정 상태에 대한 연관 관계를 찾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세 가지 실험을 했다. 첫째 실험은 147명의 여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꽃다발이나 과일 바구니, 양초 바구니 중 한 가지씩만 줬다. 그런 뒤 그들이 기쁨에 찬 진짜 미소를 짓는 비율을 알아봤다. 진짜 미소는 프랑스 심리학자 듀센이 관찰한 것으로 입술 근육과 눈가의 근육이 함께 움직이며 미소짓는 것을 말한다. 이를 '듀센 미소'라고도 한다. 가짜 미소는 입술 주변 근육만 움직이는 미소다.

꽃다발을 받은 집단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듀센 미소를 보였지만 과일을 받은 집단은 90%만, 양초를 받은 집단은 77%만이 그랬다. 선물을 받은 뒤에 놓아둔 장소도 달랐다. 꽃다발은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장소에 뒀다. 그러나 과일이나 양초는 자신만이 아는 구석에 놓아뒀다.

둘째 실험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꽃을 줬을 때와 그냥 꽃다발만 보여줬을 때, 펜을 무료로 줬을 때, 아무것도 주지 않았을 때 등 네 가지 상황으로 나눠 했다. 실험 참가자는 남자 60명, 여자 62명이었다. 여기서 듀센 미소를 짓는지, 좁은 엘리베이터 안이지만 꽃 등을 주는 사람에게 얼마나 가깝게 다가가는지, 고맙다는 말 이외에 더 말을 친근하게 걸어오는지 등을 점수로 환산해 종합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여성이 9점 만점에 평균 4.55점으로 남자보다 2.06점이나 높았다. 꽃을 받는 남녀 모두 듀센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꽃을 준 사람에게 다가서는 비율도 높았으며 여자가 남자보다 그 경향이 더 강했다. 꽃을 받았을 때의 여러 행동 총 점수는 여자 6.5, 남자 5.5 정도였다. 이는 여자가 꽃에 훨씬 '약'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반면 펜을 받은 그룹은 남자 4.5, 여자 4.6으로 남녀 간의 차이도 별로 없으며, 반응 형태도 비슷했다.

셋째 실험은 노인 113명을 대상으로 했다. 꽃다발을 두 번 받은 사람은 우울증이 개선됐다는 비율이 81%, 한 번 받은 사람은 64%, 꽃을 받지 않은 사람은 57%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과학자들은 이를 몇 가지 진화심리이론으로 설명한다. 음식보상이론에 따르면 뱀에 대한 공포처럼 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진화의 결과로, 본능적으로 타고난다는 것이다. 원시시대부터 꽃이 있는 곳에는 식물이 있고, 나중에 그 과일을 먹을 가능성이 큰 곳이라는 인식이 쌓이면서 꽃에 대해 긍정적으로 진화했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보다는 생물학적 이론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꽃은 우리의 시각.후각 등 여러 감각채널에 영향을 줘 정서를 일으키는 강한 자극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꽃 향기에 있는 페로몬 등 화학 성분이 인간의 좋은 감각을 작동시켜 꽃을 좋게 생각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 꽃이 살아남았고, 인간은 또 그런 꽃을 기르게 된 것으로 이 이론은 해석하고 있다. 꽃이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번식을 돕게 조건화시켰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인간과 꽃은 조화로운 공진화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도움말 주신 분= 이정모 교수(성균관대 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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