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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가스 파이프라인 북 통과 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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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과 러시아의 최근 에너지 부문 협력은 가스 부문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한국으로 도입한다는 데 양측은 이미 오래전 합의한 상태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수송하느냐다. 가장 효율적 방식은 북한을 거치는 파이프로 운송하는 것. 파이프라인(PNG) 방식이다. 그러나 남북 관계 경색으로 실현 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했었다. 최근 청신호가 커졌다.

 익명의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17일 “PNG 방식을 우선 추진하고 있는데, 성사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색된 남북 관계가 걸림돌이지만 경제적 이득을 내세워 우리와 러시아가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때 자국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가스 배관이 통과하는 데 따른 이용료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도 PNG 방식에 우호적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방한했던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사장은 지난 10일 북한을 통한 가스 공급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육로를 통한 가스 공급을 고려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15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국내 전체 LNG 수입량(2650만t)의 6% 수준이다. 2017년 이후에는 연 750만t의 천연가스를 추가 도입하기로 러시아 정부와 잠정 합의한 상태다. 이럴 경우 2017년 이후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량은 900만t으로 전체 수입량의 29%를 차지하게 된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도입하느냐다.

최근 러시아의 세르게이 슈마트코 에너지부 장관은 본지와 이타르타스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이런 연구 결과에 근거해 양측은 이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운명을 공동 결정해야 한다”고 은근히 ‘독촉’했었다.

 PNG 방식이 성사되면 우리나라의 자원 안보는 한 단계 도약한다. 우선 PNG 방식은 t당 수입가격이 16달러(약 1만8000원)로 LNG(48.7달러)나 CNG(31.1달러)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수준이다. 또 안정적인 가스 수입이 가능해지며, 중동 등에서 천연가스를 도입할 때 더 싼 가격으로 수입할 수 있는 협상력도 커진다. 지지부진한 남북 관계도 개선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창선 한국가스공사 하바롭스크 지점장도 지난달 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PNG 방식으로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수입한다면 한국은 ‘에너지의 섬’ 신세에서 탈피하는 등 에너지 분야에서 획기적 전기를 맞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막혀 에너지 수입은 모두 배로 이뤄져 섬과 같은 처지다.

한국가스공사는 다음 달부터 러시아의 국영 가스업체인 가스프롬과 가스 도입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다. 가스프롬은 사할린-3 가스전과 서부 캄차카 반도의 가스전 개발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약 1680조㎥로 세계 최대 규모다.

◆ 한·러 공동취재팀

▶ 중앙일보=안성규 중앙SUNDAY 외교안보 에디터, 오대영 국제부문 선임기자, 정재홍 기자

▶ 이타르타스 통신=알렉세이 골리아예프 국장, 유리 로디오노프 국장, 블라디미르 쿠타코프 서울 특파원, 아나톨리 루닥 극동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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