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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 스페인, 재정위기 도미노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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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6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 회의 도중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오른쪽)와 줄리오 트레몬디 이탈리아 재무장관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브뤼셀 신화=연합뉴스]

꺼진 줄 알았던 불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의 ‘재정위기 도미노’가 그렇다. 올봄엔 그리스가 진원지였다면 이번엔 아일랜드다. 아일랜드가 무너지면 다음은 포르투갈, 그 다음은 스페인이란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이 긴축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겹쳤다. 중국 상무부는 16일 두 자릿수로 치솟은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비상조치를 발동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한 물가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중국이 곧 금리를 올리려는 신호로 해석했다. 연이은 악재에 국제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몸살을 앓았다.

 ◆요동친 시장=유럽 재정위기가 재연되자 뉴욕 증시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1만1000선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호전된 월마트·홈디포 실적 덕에 막판에 반등해 전날보다 1.59% 떨어진 1만1023.50으로 마감했다. 이에 앞서 유럽 주가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런던·프랑스에선 2%대, 독일의 경우 1.87% 급락했다.

 유럽이 불안해지자 안전자산인 달러의 몸값은 다시 뛰었다. 유로에 대한 달러 시세는 7주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돈을 풀었는데도 오르던 미국 국채 수익률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약화하자 국제유가도 떨어졌다.

 ◆아일랜드발 위기=아일랜드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2%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줄도산한 은행을 구제하느라 진 빚 때문이다. 그런데 한계가 왔다. 정부 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일랜드 국채가 휴지조각이 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했다. 이는 다시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옮겨 붙었다. 아일랜드 경제는 유로존 총생산의 1.8%밖에 안 된다.

“아일랜드 은행권 구제에만 450억~500억 유로”

이와 달리 스페인 경제는 11.7%를 차지한다. 스페인이 표적이 되는 순간 유로존 붕괴는 시간 문제다. 유로존을 비롯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아일랜드 구제에 발벗고 나선 건 이 때문이다.

 ◆유로존 위기 수습될까=16일 유로존 16개국 재무장관 회의는 일단 성과 없이 끝났다. 아일랜드의 버티기 때문이었다. 브라이언 카우언 아일랜드 총리는 “우리는 2011년까지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며 “IMF 지원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아일랜드 정부가 무한정 버틸 수는 없다. 아일랜드 정부가 이번 주 IMF 실무팀과 EU 집행위원회·유럽중앙은행(ECB) 대표단을 급히 초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IMF와의 협상을 통해 외부 간섭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망이다.

 ◆어떻게 지원하나=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일랜드 은행권 구제에만 450억~500억 유로(약 70조~77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뿐 아니라 아일랜드 정부의 신용까지 회복하게 만드는 데는 800억~1000억 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유로존은 연초 그리스 사태 후 7500억 유로(1조 달러)에 달하는 유럽안정기금(EFSF)을 조성한 바 있다. 유로존 국가가 4400억 유로, IMF가 2500억 유로, EU가 600억 유로를 댔다. 이 때문에 아일랜드 구제에 필요한 재원은 충분하다는 게 IMF 계산이다. 다만 이번에는 영국의 참여도 예상된다. 아일랜드에 가장 많은 채권이 물려 있는 국가가 영국이기 때문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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