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기된 현대그룹 “칠레 광부처럼, 미시온 쿰플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미시온 쿰플리다(임무 완수)!”

 16일 오전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연지동 사옥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그룹 직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한 직원은 상기된 얼굴로 “지난달 현정은 회장이 직원들에게 (현대건설을 인수해) 미시온 쿰플리다를 외쳐보자고 했는데, 이제 그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시온 쿰플리다는 최근 칠레 구조대원들이 지하 700m에 갇힌 광부 33명을 구출한 뒤 이 말이 적힌 플래카드를 꺼내 유명해진 스페인어다.

 일부 직원은 “다윗(현대그룹)이 골리앗(현대자동차그룹)을 이겼다”며 기뻐했다. 다윗과 골리앗은 현대그룹 진정호 전략기획본부 상무가 전날 채권단에 입찰 서류를 제출하면서 사용한 표현이다.

 전날 밤늦게까지 회사를 지켰던 현 회장은 이날 결과가 발표된 직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그룹 관계자는 “숙원사업을 이뤄내서인지 현 회장의 표정이 많이 상기됐다”며 “인수전을 주도한 그룹 전략기획본부 임직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도 건넸다”고 전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오후 인수전 실무를 맡은 진정호 상무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과에 대한 그룹의 입장을 밝혔다. 진 상무는 “공정하게 심사해준 채권단에 감사하고, 위기를 극복하고 현대건설을 세계적 회사로 키워준 전·현직 임직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을 ‘글로벌 톱5’로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떨어졌다.

 “시장의 우려는 듣고 있다. 곧 진정될 것으로 본다. 자금 부분은 오랫동안 준비했다. 앞으로의 주가도 이를 잘 반영할 것으로 본다.”

 -인수 이후 현대건설의 자산을 매각할 것이란 소문이 있는데.

 “시장의 루머일 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기존 계열사와 합병하거나, 경영권 승계에 이용할 것이라고 공격했는데.

 “현대그룹은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인수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양강 구도가 만들어졌는데, 사람들의 인식에는 현대차그룹이 더 크기 때문에 경영도 더 잘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 가장 힘들었다.”

 -현대차그룹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어떻게 풀 것인가.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진 못했다.”

 -앞으로 양해각서(MOU)를 맺을 때까지의 변수는.

 “특별한 변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선하·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