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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연속 우승 보이는데 … 또 ‘한데볼’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아시안게임 6회 연속 우승의 대기록에 도전하는 여자 핸드볼이 실업팀 해체 위기에 또 울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15일 “용인시청 여자 핸드볼 팀이 해체 위기에 몰려 여자 핸드볼 분위기가 엉망”이라고 걱정했다. 이미 벽산건설이 지난달 전국체전을 마지막으로 팀을 해체한 상황에서 용인시청마저 없어질 경우 여자 핸드볼은 고사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대표팀 16명 중에는 벽산건설 소속이 3명(문필희·류은희·김온아), 용인시청 소속이 3명(이민희·남현화·명복희)이다.

 벽산건설은 해체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용인시청은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고민이 더 크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벽산건설의 경우 과거 효명건설 팀이었다가 한 차례 해체를 경험했다. 그래서 똘똘 뭉치면 어딘가에서 팀을 인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용인시청의 경우 주요 선수들이 다른 팀을 찾아 나가 버리면 인수가 더 어려워진다”고 걱정했다.

 핸드볼인들은 이 때문에 대표팀이 광저우에서 선전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은 “아직 용인시청 해체가 100% 결정된 건 아니다”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핸드볼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세간의 관심이 올라가면 실업팀에 쏠리는 관심도 커질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 금메달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여자 핸드볼은 한국의 아시안게임 출전 종목을 통틀어 첫 6연패를 노리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별다른 라이벌도 없어 이변이 없는 한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임 감독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 아니겠는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때만 반짝 인기를 누리니까 큰 국제대회가 있을 때만 기업이나 단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그게 지나면 팀이 다시 해체 위기에 몰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취약한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1988년 서울 올림픽과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국내 구기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할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자랑한다. 2009년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핸드볼인 사이에서 “‘한데볼’ 핸드볼에도 봄이 왔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실업팀 존속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춥고 배고프다.

광저우=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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