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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우파 각료 대거 기용 … 대선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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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재선을 꿈꾸는 니콜라 사르코지(사진) 대통령이 대선 1년 반을 앞두고 ‘우익 보강 작업’에 나섰다. 그는 14일(현지시간) 알랭 쥐페 전 총리 등 중량급 우파 인사를 핵심 장관으로 기용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로마(집시) 추방 등 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부 장관과 에르베 모랭 국방부 장관은 경질됐다. ‘국경없는 의사회’ 공동 창설자인 쿠슈네르는 사회당 출신이며 모랭은 중도파 정당인 ‘신중도당’ 당수다. 아프리카 이민자 후손인 파델라 아마라 도시정책 장관과 라마 야드 스포츠 장관도 자리에서 밀려났다. 이로써 다양한 정치 성향과 출신을 아우르는 프랑스 정부의 통합 이미지는 크게 희석됐다.

 쥐페 전 총리는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엔 외교부 장관, 자크 시라크 대통령 때는 총리를 역임했다. 외교부 장관은 미셸 알리오-마리 현 법무부 장관이 맡게 됐다. 그는 프랑스의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 된다.

 유력한 외교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부 장관은 유임이 결정됐다. 프랑스 언론들은 차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무 장관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했다.

프랑스는 한국으로부터 G20 회의 의장국 지위를 물려받았다. 로마 추방에 앞장선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부 장관도 유임됐다.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대통령 측근 에리크 뵈르트 노동부 장관은 자리를 잃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전날 내각 총사퇴와 함께 사임 의사를 밝힌 프랑수아 피용 총리를 재임명했다. 대통령 측근인 장-루이 보를루 환경부 장관이 새 총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피용 총리는 자리를 지켰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통상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인기 정치인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도는 약 30%에 머물고 있다.

뉴스 전문 방송인 ‘프랑스 24’는 피용 총리의 유임을 안정적 국정운영 이미지를 보여주며 동시에 정치적 경쟁자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묶어 두려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번 개각이 2012년 5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에 대비한 포석이라고 보도했다. 집권 세력을 지지하는 우파 성향의 유권자 표심을 묶어 두려는 ‘집토끼 관리’ 차원이란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올해 들어 부르카(얼굴과 신체를 가리는 이슬람 전통 복장) 착용 금지, 로마 추방, 연금 개혁 등 우파 정책을 관철시켰다. 이 역시 보수표의 결집을 노린 것으로 분석돼 왔다.

 ‘프랑스 24’는 새 내각이 곧 국가안보 및 이민과 관련한 강경 정책을 쏟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차기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 인기를 회복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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