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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원전 수주, 파이낸싱 역량으로 판가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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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잘되는 듯하던 터키 원전(原電) 수주(受注)에 막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터키 총리가 원전 수출을 위한 정부 간 협약(IGA)을 체결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물론 아직 낙담할 때는 아니다. 수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지난 6월 터키 측과 맺은 양해각서(MOU)는 유효한 데다, 후일 협상을 통해 몇 가지 이견만 조정하면 된다. 하지만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터키 측과의 이견이 쉽게 조정되기 어려운 데다 일본이 중간에 끼어들어 타결 전망이 다소 불투명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상업성까지 훼손해가면서 반드시 수주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성사되면 지난해 연말의 UAE에 이어 두 번째의 개가(凱歌)라는 명분에 얽매여 서두를 일도 아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세계 원전시장은 광활한 만큼 딴 지역을 다시 찾으면 된다. 지금 중요한 건 앞으로의 성공을 위해 우리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이를 보완하는 일이다.

 이번 터키 원전에서 이견이 심한 부분은 결국 돈 문제다. 터키 원전은 우리와 터키 측이 공동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건설한 뒤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팔아 빚을 갚는 방식이다. 20조원의 건설비를 싸게 조달할 수 있다면 그만큼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그렇다면 관건은 막대한 건설비를 값싸게 조달할 수 있느냐는 금융조달(파이낸싱)의 문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일본이나 중국·프랑스 등보다 취약하다. 세계에 내세울 만한 금융기관도 없고, 그런 파이낸싱 경험도 부족하다. 국내총생산(GDP)과 외환보유액 등 나라가 가동할 수 있는 자금력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수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난 5월 놓쳤던 요르단의 원전 역시 금융 문제 탓이 컸다. 원전을 건설하려는 신흥국들 역시 대부분 원전 수주처가 돈까지 함께 조달하라는 조건을 내걸 게 분명하다. 이를 여하히 해결하느냐가 터키뿐만 아니라 향후 원전 수주 성공의 관건이란 얘기다. 지속 가능한 원전 수주 성공이란 개가를 올리려면 먼저 파이낸싱 역량부터 키우는 게 필수다. 그 방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