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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기준금리 올려 인플레 대응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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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태욱
대기자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환율문제와 관련, 구체적인 수치목표를 제시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대체로 성공적인 회의였다는 평가를 내리기엔 충분했다고 본다. 사실 환율과 관련해 경상수지 흑·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 이내로 제한하자는 미국 주도의 안은 충분히 현실 적용 가능성이 있는 목표였다. 문제는 이 안을 낸 미국이 G20 정상회의를 목전에 둔 시기에 6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함으로써 스스로의 입지를 무너뜨렸다는 점이었다. 결국 막판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독일 등의 지지를 얻지 못해 수치목표-예시적 가이드라인(indicative guidelines)-합의에는 이르지는 못했지만, 선진·신흥국이 모여 일정과 실행방안을 마련한 것만으로도 이번 서울회의가 남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제 관심의 표적은 한때 ‘전쟁’이라고 표현될 만큼 긴박하게 돌아갔던 환율문제를 포괄적으로-환율 유연성을 제고하며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한다는 등-나마 일단 봉합한 G20 서울회의 이후의 세계 경제의 움직임이다. 특히 이번 주가 여러모로 주목 대상이다. 주목할 것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문제다. 국채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지난주 말 시작됐지만 아직은 시장에서 이렇다 할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이번 주 연이어 발표될 소매판매와 재고지수·물가지수와 주택착공실적·경기선행지수 등 주요 지표와 관련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이냐가 관심대상이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의 경기 변화는 세계경제 회복 여부의 가늠자다.

 중국은 금리인상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지준율 인상(0.5%포인트)에 이어 예금·대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렸던 전례가, 조만간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란 예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4%로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인플레 조짐,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과 신흥국 유입에 따른 자산버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긴축정책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의 긴축이 세계경제 회복엔 악재가 될 수 있단 점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아일랜드의 재정위기다. 은행에 대한 막대한 구제금융으로 인한 재정적자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일랜드가 결국 외부 지원을 받게 될 것인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하지만 아일랜드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 몇 개월 내 현금을 조달해야 할 급박한 상황이 아닌 데다, 예방적 차원에서 유럽연합(EU)과 구제금융 절차를 밟는다 해도 유럽 전체의 새로운 위기나 세계 경기회복 지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런 변수들이 서로 얽힌 상황에서 국내 정책 선택은 간단치 않겠지만 몇 가지는 빨리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내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 수습에 나섰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게 좋다. 더 늦으면 한은의 금리정책 ‘깜빡이’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아울러 G20 의장국이란 체면 때문에 미뤄둔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를 시급히 부활해야 한다. G20에서 거시건전성 규제가 인정된 만큼 이젠 눈치 볼 일도 없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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