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차전지도 와인처럼 숙성이 필요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12일 충북 청원군 옥산면에 있는 LG화학 오창테크노파크의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제공]

“방진복 입으시고요. 방진화 신으세요. 마스크·방진모도 하시고요.”

 12일 언론에 처음 공개된 LG화학 중대형 2차전지 공장(충북 청원군 옥산면 오창테크노파크 내)은 ‘화학 공장’이라기보다 ‘반도체 공장’ 같았다. 기자들은 “흑연이 날릴 수 있으니 메모하실 때 연필은 쓰지 말아달라”는 특별 부탁을 받았다. 방진복을 입은 후에도 생산라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강한 바람(에어샤워)으로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클린룸’을 통과해야 했다. 생산담당 김현철 수석부장은 “2차전지 생산과정에서 ‘최대의 적’은 먼지와 습기”라며 “먼지농도 규정을 밝힐 수는 없으나 반도체 공장에 못지않은 청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중대형 2차전지 공장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비롯, 포드·현대자동차 등에 공급하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곳이다. 올해 6월 완공된 이 공장은 연면적 5만7000㎡(약 1만7000평)로 한 해 850만 셀(cell) 규모의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한다.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다. 셀(cell)은 자동차용 2차전지의 기본 단위로 850만 셀은 아반떼 하이브리드 자동차 40여만 대에 장착할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은 생산능력을 2013년까지 연 8000만 셀로 늘릴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은 크게 전극·조립·활성화의 세 공정으로 나뉜다. 공장에 들어서자 얇은 종이 모양의 양극재(+)·음극재(-)가 은빛 롤러를 따라 줄줄이 나왔다(전극). 이어 양극재·음극재 사이에 분리막을 넣고 이들을 켜켜이 쌓은 후 일정 두께가 되면 A4용지보다 조금 작은 알루미늄 봉지에 담아 진공포장했다(조립). 마지막으로 에이징(Aging)룸에서는 배터리(셀)의 충전과 방전을 반복했다(활성화). 김현철 부장은 “활성화를 안 거친 2차전지는 숙성되지 않은 와인, 운영체제(OS) 없는 컴퓨터라고 보면 된다”며 “활성화는 충·방전 과정을 통해 배터리로서 역할 할 수 있는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이 자랑하는 기술 중 하나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의 분리막이었다.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은 “우리 배터리는 특허를 획득한 ‘안정성 강화 분리막(SRS)’을 적용하고 열 발산이 쉬워 배터리 수명이 길다”고 말했다. 분리막은 불순물이 섞이면 찢어지면서 합선현상이 생겨 불이 나거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는데 불순물이 침투할 수 없도록 분리막 표면에 극미세 코팅을 한 것이 ‘안정성 강화분리막’이다. 그는 “처음 SRS 기술을 소개했을 때 경쟁사들이 단가가 높다는 이유 등으로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경쟁사들이 오히려 이 기술을 몰래 쓰고 있는데 이런 특허 침해는 앞으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진녕 기술연구원장은 “현재 회사 연구개발(R&D) 예산의 40%를 2차전지에 쓰고 있다”며 “2차전지 개발 초기엔 일본을 따라갔지만 현재는 기술면에서 그들을 앞선다”고 말했다.

청원=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