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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보다 무서운 '병'혼자선 못 빠져 나와..평생 걸쳐 관리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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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호 20면

도박은 원래 ‘금지된 행위’였다. 그러다 1922년 레저와 세수 증대,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경마사업을 승인하면서 합법화의 문이 열렸다. 현재 경마·경륜·경정·복권·체육진흥투표권·카지노 등 총 6개의 사행산업이 운영되고 있다. 경마·경륜·경정의 경우엔 본 경주장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베팅할 수 있도록 장외발매소가 설치돼 있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발행한 ‘2009 사행산업 백서’에 따르면 경마장은 본 경주장 3개 외에 32개의 장외 발매소가 설치돼 있다. 이밖에 복권 12종, 체육진흥투표권 16종, 카지노 17개(강원랜드와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개)가 운영·판매되고 있다.

사행산업 전체 매출의 40% 이상이 장외발매소에서 나오는 것만 봐도 장외발매소가 얼마나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장외발매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도박중독 유병률(80.1%)이 일반인(6.1%)에 비해 1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때문에 “장외발매소가 여가 레저기능은 없이 도박중독자만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월평균 소득 200만~300만원의 저소득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들을 방치할 경우 경제적 빈곤의 가중으로 인한 서민경제의 파탄과 범죄 발생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도박중독자의 숫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사감위가 올해 충남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조사한 ‘국내 사행산업 이용실태’에 따르면 전문적인 상담과 치유가 필요한 중독자는 약 230만 명으로 추산됐다. 집중적 치유와 관리가 필요한 중증 중독자도 50만~7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이 도박중독에 걸리는 비율인 유병률(6.1%)을 비교해봐도 우리나라가 영국(1.9%), 캐나다(1.7%), 호주(2.55%)보다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방송인 신정환씨의 원정도박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도박은 한번 빠지면 쉽게 끊을 수 없다. 도박중독은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기능 장애, 충동조절장애 질병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도박에 중독되면 평생에 걸친 관리가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사행산업체에서 사행산업 순매출액 대비 1~2%를 도박중독예방치유 사업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 돈은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치유·관리할 수 있는 평생관리 시스템(상담센터, 쉼터, 거주시설, 직업재활 등)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에 쓰이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도박중독자 수가 33만 명이지만 사행산업체에서 도박중독 예방치유 사업을 위한 예산으로 36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사행산업 총 매출액은 16조5000억원(순매출액은 6조8000억원)이었다. 그러나 도박중독 예방치유를 위해 사행산업체가 부담하는 금액은 23억원에 불과하다. 도박중독예방치유 사업비의 전체 예산도 46억원 선이다. 사행산업체의 분담금을 순매출의 1%까지 올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 정장선(평택을) 의원은 “도박중독 예방 치유를 위한 안정적 재원 마련을 위해 사업체가 매출의 1%를 비용으로 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감위법 개정안을 마련, 현재 동료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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